정몽준이 움직인다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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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입당 고민… “하반기에는 결심”

이명박측 “환영” 박근혜측 “반대 안해”

무소속인 정몽준(사진) 의원이 올해 하반기(7∼12월)에 특정 정당으로 거취를 옮겨 대선주자를 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행보가 주목된다.

정 의원의 측근은 1일 통화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입당하려면) 여러 가지가 맞아야 한다”며 “한나라당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정 의원이 (입당) 결정을 하면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하반기에는 움직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향후 두세 달 동안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상반기 중에는 (입당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로부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북정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정 의원에 대한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는 말에 불쾌한 표정으로 “거기를 내가 왜 갑니까”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정 의원이 하반기에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는 데는 향후 정치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투표일 전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를 파기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정치인’ 정 의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권에 도전할 뜻을 갖고 있는 정 의원에게는 올해 대선이 이미지를 바꾸고 대중 정치인으로서 ‘재기’를 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특히 정 의원이 당적을 갖기로 한 것은 2002년 대선을 치르면서 급조한 정당으로는 유력한 정치 대안세력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정 의원 입당에 대한 한나라당의 견해는 분분하다. 외연 확대 전략과 2002년 대선에서의 ‘반(反)정몽준 정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적극적이다. 외연 확대뿐 아니라 상대 진영의 검증 공세에 있어 ‘현대가(家)’의 지지가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이슈가 대부분 현대에서 일할 때와 관련돼 있어 정 의원이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정 의원의 입당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하지만 정 의원이 경선 전에 입당해 이 전 시장과 손잡을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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