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접촉 靑-안희정씨 4개월간 거짓말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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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이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북의 진의를 파악해 보라’는 지시에 따라 안희정 씨가 북측과 접촉했다”고 밝힐 때까지 당사자들과 청와대는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한 인터넷 매체가 지난해 11월 ‘노 대통령의 특사가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논의했다’고 보도하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당사자인 안 씨(인터넷 매체는 A 씨로 표현)는 “친구들이 있어 (베이징에) 자주 가는데 그 날짜에 갔는지는 확인해 봐야 알겠다”며 북측의 이호남 참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씨는 올해 3월 다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방북과 관련해 ‘안희정, 장성택 지난해 10월 비밀 접촉’설이 보도되자 “남북관계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반박문을 발표했다. 그는 반박문에서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에게 나서 보라는 제안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부정적 입장이었고 결국 움직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씨는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을 만나지 않은 것만을 빼고는 모두 거짓말을 했다.

안 씨는 26일 본보의 자매 시사주간지 ‘주간동아’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안 씨가 북측 이 참사를 만났다는 특종보도를 하자 비로소 “만난 건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안 씨는 “10월 북한 핵실험 때문에 국정상황실에 비선(秘線)으로 가자는 내용의 건의가 많이 왔다고 한다. 내가 북한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들어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안 씨가 ‘곤욕’을 치르는 동안 이 참사를 만나라고 안 씨에게 ‘지시’한 청와대는 28일 오전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오늘은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 안 씨 등 당사자가 정황과 여러 가지에 대해 충분히 밝힌 것으로 본다”고만 밝혔다.

이 실장은 안 씨와 같이 베이징에서 이 참사를 만난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27일 “이 실장과 논의해서 안 씨와 함께 (베이징에) 가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안 씨가 28일 오전 한 인터넷 매체에 “지난해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직후 이 실장의 요청으로 북한 당국자와 접촉하게 됐다”고 거듭 밝히자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이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이 북의 진의를 확인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물론 “북의 진의를 확인해 보라”는 지시를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현재까지는 무리가 있다. 이 실장도 남북정상회담 논의는 없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3월 7일 방북한 이 전 총리가 대통령의 특사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 전 총리의 ‘특사’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부인해 왔지만 이 실장은 “지난해 이 실장과 안 씨, 그리고 이 의원이 실무 검토 차원에서 이 전 총리를 특사로 거론했다”며 “그러나 올해 이 전 총리의 방북은 개별적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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