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개선 ‘지름길’ 타진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라이스 평양방문 - 정상 친서교환

김계관, 뉴욕회담서 미국에 제안”

북한은 미국과 2·13 베이징 합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기 이행 절차에 합의했지만 미국의 진짜 속마음 확인에 부심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5, 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미 고위 인사의 평양 방문 혹은 양국 정상의 친서교환을 관계개선의 지름길(short cut)로 제안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당시 뉴욕에서 김 부상을 만났던 돈 오버도퍼 교수 역시 26일 본보 후원의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김계관이 쇼트커트를 원한다고 했다. 들어줄 의향이 있느냐”고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물은 바 있다. 힐 차관보는 “고위급 접촉이 도움은 되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북한은 2005년 9·19합의 직후에도 힐 차관보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선물을 안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김 부상은 뉴욕회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고위급 특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말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것의 재판(再版)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 방문 계획이 잡혀 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논의 일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5월 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소식통들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고위 특사의 평양 방문이 임박했다고 볼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힐 차관보가 26일 “특사 파견 의사 없다”는 말과 함께 ‘북한의 인권 개선이 완전한 관계정상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한 것은 워싱턴이야말로 2·13합의에 서명한 북한의 진짜 핵 포기 의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