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연일 ‘孫때리기’…‘노무현 정치’ 복원 신호탄?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코멘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협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종승 기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1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내 벤처기업협회를 방문해 협회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종승 기자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가 21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공격하자 또다시 ‘노심(盧心)’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노 대통령의 손 전 지사 비판은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주자들이 부당한 공격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손 전 지사가 탈당 회견에서 현 정부를 ‘무능한 좌파’로 비판하긴 했지만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비판한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구술을 토대로 정리=노 대통령은 20일 손 전 지사가 자신을 ‘무능한 진보의 대표’라고 반박하자 이날 직접 손 전 지사를 비판하는 글까지 쓰려 했었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내부 건의가 있었는지 청와대 ‘정무팀’ 명의로 ‘청와대 브리핑’에 올리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이 글은 노 대통령의 구술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탈당을 명분과 성공 여부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손 전 지사)의 탈당이 한나라당 내부의 경선구도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대권을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나선 것이라면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며, 정치를 과거로 돌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인제 의원과 김민석 전 의원의 탈당 사례를 거론하며 “선거를 앞두고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고 정치인으로서의 지도력과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몰락하기 십상”이라며 손 전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대통령이 손 전 지사의 뜻을 오해한 것인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는 “내 말의 진정성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면서 판단해주기 바란다”며 “대통령께서도 진정성을 갖고 나의 진정성을 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치’ 복원 기도?=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지적은 ‘원칙과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구원(舊怨)’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국회 행정자치위원장은 20일 워싱턴특파원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수도권(경기 파주시)에 (LG필립스LCD) 공장을 짓는 허가 문제로 손 전 지사와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며 “대통령이 결국 허가해 줬는데, 손 전 지사는 처음에만 고마워하는 것 같더니 계속 몰아붙이는 바람에 관계가 껄끄러웠고, 그래서 배신감이 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노무현 정치’를 복원하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선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학규 때리기’는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 논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견제구의 성격이 짙다. 손 전 지사의 행보가 부각될 경우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 논의는 구심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비판이 ‘고도의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이 노 대통령 및 범여권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탈당에 대한 비난 여론을 상쇄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노심’의 향방=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최근 고건 전 국무총리의 낙마 사례 등으로 볼 때 여전히 막강하다. 노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범여권 주자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영남 주자인 김혁규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한 재선 의원은 “노 대통령의 관심은 퇴임 이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선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앞으로 20% 안팎의 골수 지지층과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그룹을 적절히 활용해 물밑에서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5, 6월경이면 물밑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