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북정책 기조 바꾸나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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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3일 대북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과 미국 관계의 해빙 조짐이 뚜렷해짐에 따라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북정책 방향 근본적 조정”=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 의원총회에서 급변하는 남북관계 상황에 당이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의원 및 의원모임 차원의 방북계획이 있을 경우 당에서 지원할 테니 15일까지 북한 방문 계획을 제출해 달라”는 협조문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국회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휴전선이 ‘평화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에서 원칙을 지키되 방향을 근본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업무 협의 또는 교류 협력 차원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평양, 개성, 금강산 방문 등 다양한 대북활동을 허용하고 적극 장려하는 쪽으로 당의 방침을 조정해 가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북통인 정형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도 (평화협정 체결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이다”면서 “북-미 수교 문제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오는 기회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논의 과정과 전망=당 지도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설 연휴 직전 열린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원들과 외부 전문가 연석회의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6자회담 2·13 합의 직후 북-미 관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북-미 수교 문제까지 거론되는 데다 남북정상회담 같은 초대형 변수가 나타날 경우 대선 가도에 적잖은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최근 정형근 의원을 팀장으로 하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및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남북관계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새 대북정책 구상에 들어갔다.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우선 해결과 철저한 상호주의를 견지해온 당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데도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경우 국제적 흐름과 한반도 화해 무드를 거부하는 수구적인 이미지만 남아 대선에서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이런 변화 의지가 당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대북 강경론자인 김용갑 의원은 이날 ‘북풍에 한나라당이 떨고 있나’는 성명을 통해 “북한은 핵실험 한방으로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고, 한나라당은 북풍에 흔들리고 벌써부터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회주의적인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앞장서 급진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당직자는 “새 대북정책 초안이 나오더라도 의결과정을 거쳐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북-미 또는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들어가면 기조 변화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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