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정운찬 ‘通했나’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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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모임의 김한길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만나 정치 참여 선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에게) ‘새로운 정치질서의 재편 과정에 큰 역할을 맡아 주어야 한다. 대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면서 “정 전 총장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그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 민생정치모임 그리고 민주당 일부 의원이 물밑에서 정 전 총장 영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전 총장에게 정치 참여를 촉구하며 사실상 영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통합신당모임의 대표격이다. 이 점에서 그의 ‘공개 구애’는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 23명 전체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규모의 현역의원들이 집단으로 ‘모시겠다’고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입하겠다는 말들은 많았으나 직접 제안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외부인사를 영입할 경우 ‘자리’와 ‘당내 기득권’의 상충 등의 문제 때문에 선뜻 영입 제안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에게 우선 부정적인 뜻을 밝혔고, 다만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장은 움직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정 전 총장과 가까운 민주당 김종인 의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 전 총장은 5월 이후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 본인도 7일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경제학연습Ⅰ’ 첫 수업에서 “다음 학기는 못 올 수 있지만 이번 학기까지는 꼭 온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의 공개 제안은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5월 이후라도 정 전 총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유효한 카드라는 얘기다. 그로서는 통합신당모임과 함께하는 방식이든 독자 신당을 만들어 ‘흡수하는’ 방식이든 선택할 기반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 전 총장의 우호세력이 더 불어날지도 모른다. 민주당 일부 의원과 통합신당모임은 3월에 ‘통합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재선 의원들도 9일 민주당 측에 “민주당에서 상징적으로 의원 2명이 탈당하면 우리당에서도 의원 20여 명이 탈당한다”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이 5월 이후 정치 참여를 선언할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또 실질적인 선택수단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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