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 관련장비 도입 시인…“농축엔 사용안해” 주장

북한이 6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인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를 도입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장비가 우라늄 농축에 쓰이진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은 조만간 양측의 HEU 프로그램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북한이 시인한 장비가 실제 어떻게 사용됐는지 점검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게리 시모어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HEU 신고 문제에 대해 “북한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건 아니고, 몇 년 전 사들인 물자와 부품들을 보관한 창고 정도만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이틀째 회담을 마친 뒤 “HEU 프로그램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있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모았다”며 “북측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주장대로 파키스탄 등에서 들여온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가 실제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경우 6자회담 2·13합의 초기 이행조치는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도 “2·13합의에서 60일 이내에 이행토록 규정한 초기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또 외교관계 수립 전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것인지를 묻자 “미중 수교 과정에서 성공했던 모델이지만 북한이 원하지 않아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며 “북한은 (중간단계 없이) 외교관계 수립으로 진전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는 것에 대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던 역사적 일들의 정치적 법적 측면을 장시간 논의했다”며 “북한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번째 북-미 회담은 19일 6자회담 직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기로 했다.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된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담은 북한 측의 오후 협의 취소로 이날 한때 중단됐다. 일본의 한 관계자는 양국이 8일 오전 10시 회담 재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