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빈둥거린 세력” MB 발언…비난 확산

  • 입력 2007년 2월 28일 11시 51분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70, 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라는 이 전 시장의 27일 발언이 정치권의 분노를 촉발케 한 것.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28일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이 전 시장은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민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 전 시장의 망언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성과와 전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의 역사의식은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대한 부정으로 점철돼 있고 독재 정권과 정경유착에 대한 향수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를 독재정권에 송두리째 봉헌하려는 것은 아닌지, 전국에 수많은 일해공원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박정희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역사를 퇴행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시장의 발언은 70, 80년대는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환경 속에서 묵묵히 이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모든 노동자와 일하는 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발언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심 의원은 “70, 80년대 국민은 빈둥거릴 자유조차도 빼앗겼던 사실을 이 전 시장만 망각한 모양”이라며 “이 전 시장이야말로 재벌의 정경유착과 노동통제 속에 피둥피둥 돈을 불린 전형적인 집사형 경영자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고진화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이수원 공보특보는 “독재 정권에 대항해 목숨 걸고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에 대한 모독이자 지도자로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며 “혜택은 ‘빈둥빈둥 논 사람’이 아니라 독재 권력과 정경유착해서 자기 재산을 불린 사람이 본 것 아니냐. 이 전 시장이야말로 그런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고 의원도 “이 전 시장의 발언은 군사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감내한 우리 국민을 모욕하고 당시의 시대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이 전시장이 아직도 독재의 후광 속에서 축적된 자본을 통한 개발 독재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몰 역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고려대 경영대학원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초청 조찬특강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의미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 내가 (과거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력 아니냐”고 강변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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