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후보검증 갈수록 논란

  • 입력 2007년 2월 19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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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간의 `후보 검증'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도덕성 검증'에서 시작된 두 주자 간의 공방이 설 직전 터져 나온 이 전 시장 비서관 출신 김유찬씨의 `이명박 위증교사' 주장을 계기로 `진실게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양측은 마치 끝장이라도 볼 것 처럼 연일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감정 섞인 발언을 주고 받으며 양보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선 무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지도 않은 단계란 점을 감안할 때 양 진영간의 충돌은 전면전의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19일 방미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검증논란에 대한 자신의 책임론을 제기한 이 전 시장 측을 향해 "어거지도 네거티브"라고 일갈, 양측의 감정대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인천공항 도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증론 배후설에 대해 "거기(이 전 시장측)서는 그렇게 하는 모양이라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다. 어거지로 지어내 하는 것도 네거티브"라고 일축한 뒤 "검증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당이 선택할 일이지만 (검증하지 않으면) 국민은 사실을 잘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캠프 법률특보를 지낸 정인봉 변호사의 돌출행동이 캠프와는 무관한 일임을 공개 강조하는 동시에 검증 필요성을 거듭 주장, 이 전 시장 측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설 연휴를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 국민을 정치 지도자가 실망시켜서 되겠느냐"고 꼬집은 뒤 "이 전 시장은 정권교체를 위한 당의 단합에 앞장 설 것"이라고 맞섰다.

양측은 특히 김유찬씨 기자회견의 내용과 배후 등을 놓고 팽팽한 대치전선을 형성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며 이 전 시장의 위증교사 의혹 부풀리기에 나선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휘말려 봤자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들게 될 뿐"이라며 `무대응 카드'를 들고 나왔다.

박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김씨가 이번에 폭로한 내용은 분명 새로운 것인 만큼 당 검증위원회에서 규명해야 한다. 당이 김씨도 부르고 대질신문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김재원 의원은 "검증위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야 하며 필요시 김씨가 갖고 있다는 메모에 대한 필적감정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선거 때마다 저렇게 돌아다니며 나쁜 짓 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고 박형준 의원은 "이 전 시장은 `나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입장이다. 검증은 당 검증위에서 알아서 할일로, 후보나 캠프가 개입하면 정치 저질화에 일조하는 꼴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다만 "김씨는 배신과 폭로, 협박, 공갈로 점철된 인물로, 그의 행동은 `김대업 수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김씨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을 지우고 여러 조치를 취할 생각이지만 시점을 보겠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대응했다가는 법적 다툼에 휘말리면서 진실게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향후의 상황을 봐가며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캠프 내부 분위기는 `격노', `흥분' 그 자체다. 법적 정치적책임 추궁과 함께 `정치공작', `김유찬 커넥션'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진수희 의원은 "사실무근인 사안을 갖고 이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공작의 전형"이라면서 "김씨가 정인봉 변호사를 만났다고 했는 데 정 변호사가 캠프법률특보 직함을 달고 문제의 인물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의원은 "무슨 커넥션이냐. 커넥션이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 바보처럼 했겠느냐"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이런 식의 검증공방이 결국 당의 분열과 두 주자의 `결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양 캠프 내부에서도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난감한 입장이다. 핵심 당직자는 "검증공방이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여권이 바라는 대로 당이 쪼개지지 말라는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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