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와 함께 뛰는 사람들…안방 살림꾼

  • 입력 2007년 2월 17일 03시 00분


《여야 대선주자들의 ‘선거캠프’가 서서히 모양을 갖춰 가고 있다. 대선주자와 함께 호흡하며 캠프의 살림을 도맡고, 당내 경선과 본선에 대비한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혹은 대선주자의 일정을 조정하며 보이지 않게 뛰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

이명박 캠프 ‘판사 출신’ 주호영 의원

‘칠고초려’끝에 이달초 합류

마당발 친화력에 논리 갖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주부터 여유가 좀 생겼다고 한다. 친화력과 부지런함으로 한나라당 내에서 ‘마당발’로 평가받는 주호영(사진) 의원이 5일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이 주 실장을 영입하기 위해 ‘칠고초려’를 했을 정도로 주 실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고 한다. 주 실장에 대한 캠프의 평가도 “겸손하고 친화력이 높다”, “논리적이고 치밀하다” 등으로 좋은 편이다.

영남대 법대를 졸업한 주 실장은 제24회 사법시험을 거쳐 판사로 임용된 뒤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했다. 17대에 첫 등원한 초선으로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를 지냈다.

주 실장은 이 전 시장의 ‘살인적’인 일정의 일부를 대신 소화하고, 불교계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주 실장은 캠프 합류 직후 “어떻게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하노. 시간을 좀 늦춰 주소”라며 특유의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캠프에 합류한 뒤 매일 오전 7시경 이 전 시장의 캠프인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 사무실에 나가 회의를 주재한다.

이 전 시장이 매주 한두 번 직접 주재하는 회의를 빼고는 주로 주 실장이 캠프 회의를 총괄한다. 오전 회의에서는 공보 홍보 정책 정무 등 캠프 내 모든 파트가 참여해 이슈와 정책, 이 전 시장 일정 등을 점검한다. 오전 회의 외에도 캠프 회의는 수시로 열리며 회의 구성원과 방식은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주 실장은 회의를 주재한 뒤 이 전 시장의 일정을 챙기고 주요 일정에는 수행하기도 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근혜 캠프 ‘언론인 출신’ 안병훈 본부장

한달여만에 캠프 체질 바꿔

“정치는 안한다” 무보수 활동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 최근 들어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의 안병훈(69·사진) 전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이 캠프 살림을 책임지는 본부장으로 들어온 뒤 나타난 변화다. 박 전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서 지난달 3일 업무를 시작한 안 본부장은 신문사의 다이내믹한 시스템을 도입해 한 달여 만에 캠프의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본부장은 오전 7시경 출근해 캠프의 핵심 의원들과 부문별 특보 10여 명이 참여하는 ‘의원·특보단 일일회의’를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1시간 정도 한다. 이어 캠프 고위 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일상 업무를 처리한다. 저녁에도 외부 식사 후 다시 사무실에 들러 언론 보도 상황을 챙긴 뒤 오후 11시경 퇴근한다.

안 본부장은 말수가 적고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장악력이 대단하다”며 “본부장이 결정해 박 전 대표에게 건의하면 대부분 수용되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본부장직은 보수가 없다. 안 본부장은 캠프 합류 직후 사석에서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내가 박 전 대표 캠프로 온 것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라가 정말 걱정됐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1965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뒤 정치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03년 퇴사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조선일보 기자로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박 전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손학규 박종희 비서실장 ‘조율’

정동영 박명광 의원 좌장 역할

김근태 문용식씨 살림 맡을듯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선거 캠프는 16대 국회의원 출신인 박종희 비서실장이 살림을 맡아 꾸려가고 있다. 박 실장은 손 전 지사와 의원 시절 인연을 맺었고, 2002년 손 전 지사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을 때 대변인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손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캠프 내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일부터 중요 행사 수행까지 박 실장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아직 공식 대선 캠프를 출범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명광 의원이 ‘좌장’으로 보이지 않게 살림을 지휘하고 있다. 정 전 의장 캠프의 모태가 될 것으로 알려진 나라비전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매일 정 전 의장과 접촉해 그날의 현안 및 일정을 의논하고 정 전 의장 계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기도 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공식 캠프는 없지만 개인 조직인 ‘한반도재단’의 문용식 사무총장이 나중에 선거 캠프의 살림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우컴 대표이사이기도 한 문 총장은 서울대 운동권 시절이던 19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당시 민청련 의장이던 김 전 의장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 분실에서 함께 고문을 당한 인연이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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