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보다 “악행에 또 보상한 셈”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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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북한의 악행(bad behavior)에 대한 또 다른 보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합의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비해 진전된 것이라는 일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본질은 결국 ‘북한의 핵 동결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14일 “13년 전에 해결했어야 했던 영변의 5MW 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에 대해 그나마도 불완전한 합의를 했을 뿐”이라며 “이미 고철더미로 변했어야 할 영변 원자로의 동결 대가로 북한에 인센티브 제공을 논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과 미사일 등으로 국제사회를 끊임없이 위협하면서도 그를 통해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 1993년엔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해 1차 핵 위기를 촉발했지만 결국 제네바 합의를 통해 8년간 모두 350만 t의 중유를 제공받았다. 1998년 8월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미국은 대북 포용정책으로의 정책전환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오히려 북-미 대화를 증진시켰다.

북한은 2002년 10월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을 시인해 미국의 중유 제공 중단 등 불이익을 받았지만 그 대신 2003년 2월부터 영변의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해 폐연료봉 8000여 개를 재처리하는 등 플루토늄 보유량을 40∼50kg으로 늘렸다.

또 북한은 2005년 2월 핵 보유 선언을 했지만 그해 9월 6자회담에선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에너지 등을 지원하는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따라서 북한이 지난해 10월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다시 조건을 붙여 보상을 약속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는 미국정부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겠다던 원칙을 포기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폐기 수순에 접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합의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보상이 확대된 셈”이라며 “일정한 합의를 도출한 뒤 이를 깨고 더 큰 보상을 얻어 온 북한의 행태로 볼 때 이번 합의를 번복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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