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후보검증 공방확산

  • 입력 2007년 2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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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인 봉 “특보직 사임뒤 李파일 공개”

이명박측 “음해 밝혀지면 朴책임져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의 ‘후보 사전 검증’ 공방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연일 이 전 시장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14일 ‘조직적 음해’라고 반박하며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박근혜 측의 조직적 음해” vs “밝힐 것은 밝혀야”=이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 변호사가 이르면 15일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하는데 이는 설 명절에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에 따라 공작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검증이란 이름으로 벌어지는 모든 음해공작이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정 변호사 개인은 물론 박 전 대표 캠프 전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박 전 대표도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도 강경하다. 정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내일(15일) 열리는 당 윤리위원회 회의에 (이 전 시장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 공개하겠다”며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직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윤리위가 다음 회의 때 자료 제출과 소명 기회를 준다고 하면 당장 내일 공개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해 공개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정 변호사의 언행에 대해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정 변호사를 법률특보에서 해임하라는 이 전 시장 측의 요구는 거부했다. 박 전 대표는 또 “네거티브와 검증은 다른 것”이라며 검증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이 박 전 대표와의 관련설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네거티브”라며 “정두언 의원은 흑색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러다 당이 분열된다”=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정 변호사의 ‘이명박 검증 폭로’ 예고에 대한 윤리위 심사를 앞두고 특정 후보 캠프에서 뛰는 일부 윤리위원에 대한 위원직 사퇴를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이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윤리위원을 사퇴했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아직 윤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의원 등은 “윤리위를 친(親)이명박계로 채우겠다는 것이냐”며 거꾸로 인 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심해지면서 당내에는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를 자임하는 ‘당이 중심되는 모임’이 이날 출범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이 모임에는 맹형규 권영세 의원 등 의원 10명과 서장은 오경훈 김태기 김성호 씨 등 원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8명이 참여했다.

박진 서울시당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서울시당은 ‘시당 윤리위원회’를 상시 가동해 경선과정에서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시당 당직자의 행위를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이날 정 변호사를 만나 후보 검증 문제를 당에 맡기고 언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알았다”면서 “윤리위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아침 일찍 서울 송파구 가락동시장을 찾아 청과물, 수산물 판매상을 둘러본 뒤 상인연합회 대표들과 설렁탕을 함께 들며 환담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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