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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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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합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합의에 북한이 이미 보유한 핵무기 및 핵물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수원 교수=이번 합의의 긍정적인 의미는 폐쇄, 신고, 검증, 폐기로 이어지는 핵 폐기 4단계 과정 중에 1단계를 통과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불능화’라는 표현을 성명에 넣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직은 북한이 핵 폐기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의 논의는 북-미 양자 구도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간의 철저한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이번 합의는 일종의 초기 이행조치인데 미국으로서는 초기 이행조치를 해 놓지 않으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늘어나기 때문에 초기 이행조치를 통해 북한의 핵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기존의 핵무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 북한으로서는 아직 남아 있는 카드가 많다. 북한은 앞으로 기존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2단계 협상을 통해 또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이번 6자회담 타결은 △외교적 평화적으로 북핵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교두보 확보 △합의문 내용에 시간이 들어감으로써 제네바 합의보다는 구속력과 이행력이 더 클 것으로 기대 △실무그룹을 구성함으로써 각론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장의 확보라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문제점은 이번 합의가 북한이 얻은 것이 많은 회담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단계별로 나갈 때마다 당근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장점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당근이 없으면 한 발짝도 안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 등 경제 지원에서 미국이 균등분담으로 참가하게 된 것에 비춰 볼 때 미국도 북한을 체제 전환이나 붕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대상으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9·19공동성명 때에는 한국이 분명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단계가 남아 있는데 북한은 단계별로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할 것이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번 합의에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언급이 없어 갈 길이 멀다. 북한이 앞으로 얻을 것 다 얻고 결국 최후에 핵무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설과 북한이 핵 포기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번 합의도 국면 회피용에 불과하다는 비관적인 설이 있다. 최근 북한과의 합의가 이뤄진 이후 그 다음 합의까지 도달하는 데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 문제들에 대해 실무그룹으로 우회시키도록 했는데 여러 나라가 같이 돌아가다 보면 어디서 삐끗할지 알 수 없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가 바탕이 된 합의이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지역 냉전 해체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번 타결로 미국은 동북아 정치에서 리더십 유지에 성공했고, 중국은 지역 중심 국가로 확고히 안착했다. 그러나 일본은 과도하게 국내 정치 문제를 연관지어 합의에 기여하지 못해 위상이 추락했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이번 타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서로 전술적 타결을 한 것일 뿐 미국이 북한 체제를 완전히 인정하거나 북한이 핵무기 보유 욕심을 포기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번 타결에서 과거 핵무기 폐기에 대한 부분이 빠져 있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다. 1994년 제네바합의의 복사판이다. 전술적 차원에서 북한과 미국이 덮고 간 것 같다.
▽정옥임 선문대 국제유엔학과 교수=일단 좋은 출발이지만 기존 핵무기와 미국이 의심하고 있는 고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할지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타결로 중유와 함께 200만 kW 전력을 북한에 보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됐다. 국내 대선의 파도 속에서 이번 타결에 과도한 정치적 상징성을 부여하며 평화체제 타결 등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면서 불확실한 안보를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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