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자회담 통한 ‘북핵 제거’ 멀어지나

  • 입력 2006년 12월 24일 23시 28분


베이징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주말 본보 기자와 만나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핵 시설 동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제재를 풀면 원자로 동결 등 초기 조치에 즉각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개월 만에 재개된 회담이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난 연유가 분명해졌다. 자신들의 카드는 끝까지 움켜쥔 채 상대가 하나를 양보하면 이를 받고 즉시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북한 특유의 ‘가지치기 수법(살라미 전술)’ 때문이다.

북은 이번 회담에서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의 동결 해제를 위해 미국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하는 소득을 챙겼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제시한 ‘핵 동결과 보상 동시 이행안’은 외면한 채 시종 ‘금융제재 선(先)해제’만을 고집했다. 김 부상은 한술 더 떠서 “우리의 억지력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라며 추가 핵실험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미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연구원은 “북한은 BDA 자금을 돌려받더라도 금융제재를 계속 문제 삼으면서 핵 폐기의 전제조건들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북이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 측의 천영우 수석대표는 “회담은 계속될 것이며, 이번 회담은 다음 회담을 위한 징검다리”라며 회담 무용론을 일축했다. 근거가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말았다. 지난주 민주평통자문위 회의에서 “미 재무부가 지난해 9·19 베이징 성명 발표 직전 BDA 계좌 동결조치를 취한 것은 (국무부와) ‘짜고 친 고스톱’으로 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미국이 북에 아무 것도 양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한쪽(국무부)에선 9·19성명에 동의하고, 다른 쪽(재무부)에선 계좌를 동결했다는 뜻이다.

회담 당사국이자,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해야 할 한국의 국가원수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북의 버티기에 도움이 될 말만 골라 하는 의도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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