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昌 '순신불사' 발언 오해 사기 충분" 비판

  • 입력 2006년 12월 18일 18시 23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당내 논란을 불러온 이회창 전 총재의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발언에 대해 18일 “분위기만 잘 뜨면 출마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언행”이라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말로 전의를 표출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로 오해를 사기 충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이 전 총재를 ‘원균’에 이유하며 거세게 비난한 최구식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깊은 공감을 표한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아무리 반사이익이라고 해도 12척의 배와 200여명 수군이 남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전 총재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와 호감 그리고 존경심에 변함이 없지만,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를 위해 존재하는 사당이 아니다”며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패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총재는 선조의 임명으로 재신임을 받은 이순신의 심정을 말할 것이 아니라, 전란 속에 죽어가는 백성을 위해 백의로 종군하던 시기의 이순신의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전 총재 팬클럽인 ‘한국창’(대표 이건호) 회원 100여명은 이날 최구식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고 “최 의원의 발언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이 전 총재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다음은 이계진 의원 글 전문

‘이순신 장군과 이회창 전 총재와 현재의 한나라당’

주말을 보내며 나는 지난주에 있었던 최구식 의원의 발언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 발언을 하게 됐다.

전제로 할 것은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책임이 있지만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신뢰와 호감 그리고 존경심에는 변함이 없다. 또 그분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다가오는 대선 정국을 앞둔 한나라당에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을 진정으로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난주 당 의총에서, 이 전 총재의 거취와 언행에 대한 최구식 의원의 문제 제기에 나는 깊은 공감을 표한다.

당내 일각에서와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그분을 따르는 측근 인사들이 DJ가 3수에 성공해서 대통령이 된 예를 떠올리면서,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정국을 걱정하는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 전 총재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그런 분위기를 끊임없이 보도하게 되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이순신 장군이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았다며 순신이 죽지 않았음을 말한 것을 지금의 한나라당 상황에 맞추어 다시 한번 전의를 표출한듯한 발언을 한 것은 예를 잘못 든 것이며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한 것으로 오해되기에 충분했다.

꺼져 가는 한나라당을 구해 지금의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아무리 반사이익이라고 풀이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12척의 배와 200여 수군이 남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는가?

지금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어느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아직 설익은 정치인이지만 상식의 판단으로 안 될 일이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대답 뒤에 이 전 총재 개인에 대하여 미안함을 느낀 적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전 총재를 위해 존재하는 사당(私黨)이라면 몰라도 두 번의 실패로 당을 어렵게 만든 책임 있는 인사가 마치 분위기만 잘 뜨면 출마의 기회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이는 언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현장연설의 전후 분위기를 제대로 전하지 못해 와전된 말 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진정 훌륭한 정치인은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차기 대통령선거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이미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한나라당 당원으로 자격만 갖춘다면 누구나 출마를 꿈꿀 수는 있다. 그러나 ‘꿈꿀 수 있다’는 것과 그 꿈이 당원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의총 발언을 통해 고뇌한 흔적이 너무나 뚜렷한 마음으로 그 부당성을 지적한 최구식 의원의 발언은 옳다.

주지하다시피 이순신 장군은 지략과 용맹과 자기관리가 철저했던 덕장으로 모략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장수였으며, 지략과 대쪽같은 성품을 갖추었지만 이회장 전 총재는 이유야 어떻든 간에 두 번이나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패장이었다.

그러므로 이회창 전 총재는 선조의 임명으로 재신임받은 순간의 이순신의 심정을 말할 것이 아니라, 전란 속에 죽어가는 백성을 위해 백의로 종군하던 시기의 이순신의 심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말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회창 전 총재의 커다란 힘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다만, 백의종군의 전제하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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