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미국은 이날 적극적으로 북-미 양자접촉을 추진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계좌 문제를 쉽게 풀어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접촉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BDA 계좌 문제는 6자회담과 연계해 논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6자회담 진전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미국은 18일 오후 댜오위타이에서 워킹그룹을 구성해 BDA은행 계좌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BDA은행 계좌 문제가 최대 쟁점=힐 차관보는 17일 베이징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 “북한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가 ‘외교와 제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북한이 핵 동결 등 성의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강한 제재가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이 일보 진전한다고 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계관 부상은 16일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지금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에게 가해진 제재가 해제되는 게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도 쟁점=북한은 핵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중유 등 에너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와 풍계리 핵실험 시설 폐쇄 등 핵 폐기와 직접 연관된 초기 이행조치를 해야만 에너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처럼 북-미가 팽팽히 맞서자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선 ‘다음 회담 날짜를 잡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간끌기 전략’=지난달 초 북한을 방문했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을 비롯한 방북단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북한은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 같다. 비관적이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시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도 이날 워싱턴에서 “북한은 미국 차기 행정부와 협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실질적인 합의 없이 각종 실무검토위원회를 통해 협상하는 척만 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낸 시모어 부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까운 장래에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0%”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 BDA 워킹그룹 北이근 - 美글레이저
강경 vs 강경… 실무회담도 난항 예고
![]() |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 등 금융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북-미 금융 워킹그룹회의(실무회의)가 18일 6자회담 개막과 동시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금융 실무회의에 북한 측에서는 6자회담 차석대표인 이근 외무성 미주국장이, 미국 측에서는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올해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BDA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에서도 양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바 있다.
북한 측 대표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진 이 국장은 거친 발언으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된 인물. 지난해 4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에서는 이 국장의 강경한 발언으로 결국 마지막 담판 자리였던 북-미 차석대표 협의가 휴회되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인 글레이저 부차관보 역시 미 재무부 내 금융제재 실무총책임자로 지난해부터 돈세탁과 화폐 위조 등 북한의 각종 불법 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제재 방안을 진두 지휘하고 있어 이번 회담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미측은 재무부가 진행 중인 BDA 조사의 진척 상황을 설명하고 돈세탁, 위폐 제조 유통 등 BDA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북한의 혐의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