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햇볕정책 고집은 DJ와 북한 향한 메시지인가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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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북 평화번영정책의 기본원칙을 고수하고 그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음에도 김대중(DJ) 정권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대북 포용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기조와 거꾸로 가는 선택이어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6자회담과 함께 대북 제재의 고삐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까지도 북의 핵개발을 돕는 ‘돈줄’로 의심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대상 품목에 들어 있지 않지만 언제라도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이렇게 공언까지 했으니 북한을 두둔한다는 오해를 자초한 꼴이다.

이 두 사업의 지속 여부는 향후 6자회담의 전개 상황에 따라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미일의 대북 제재에 힘을 실어 주고 북을 압박하기 위해서 사업 중단을 선언해야 할 때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북이 회담장을 뛰쳐나가 추가 핵실험과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도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은 말을 아꼈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포용정책 유지 공언은 정략적 의도가 담긴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 80% 이상이 ‘전면 폐기’ 또는 ‘일부 수정’을 바라는 포용정책의 유지를 약속한 것은 DJ를 향한 정치적 구애(求愛)로 비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북의 핵실험 직후 포용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DJ가 반발하자 후퇴했다.

노 대통령은 향후 정계개편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켜 내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려면 호남을 업은 DJ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결국 DJ가 애지중지하는 포용정책 유지를 확실하게 천명하는 대신 DJ에게서는 현실정치에서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일종의 ‘정치적 거래’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4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전례 없이 DJ의 사저(私邸)를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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