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6000피트, 짜릿한 데이트…특전사 고공강하팀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2분


파이팅!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특전사 헬기 계류장에서 특전사 소속 김만선 상사(왼쪽)와 오은순 중사 부부가 안전 낙하를 다짐하고 있다. 성남=황유성 기자
파이팅!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특전사 헬기 계류장에서 특전사 소속 김만선 상사(왼쪽)와 오은순 중사 부부가 안전 낙하를 다짐하고 있다. 성남=황유성 기자
지난달 18일 육군 주최 지상군 페스티벌이 열린 충남 계룡대 상공. 지상 6000피트(약 1828m) 고공을 날던 치누크(CH-47) 헬기에서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여군 5명이 차례로 뛰어내렸다. 오은순(29) 중사는 그중 한 명.

2, 3초 뒤 같은 부대 김만선(34) 상사를 포함한 4인 1개팀이 뛰어내린다. 김 상사는 까만 점으로 변해 떨어지는 오 중사 일행을 흘낏 확인한 뒤 5500피트(약 1676m) 상공에서 먼저 낙하산을 펼쳤다.

1초에 80m의 무서운 속도로 3500피트(약 1067m)까지 자유 낙하하던 오 중사 등의 낙하산이 활짝 펼쳐져 계단식 대형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김 상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행사장에 먼저 안착한 오 중사도 잠시 후 김 상사 팀이 T-다운플랜(낙하산이 지상을 향하도록 하면서 거꾸로 매달리는 고난도 기술)을 연출한 뒤 2인 1조씩 무사히 착지하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편 김 상사의 실력을 알면서도 낙하 때는 늘 걱정이 앞선다.

“2004년 2월 결혼한 뒤 300회 이상 같은 비행기에서 함께 고공강하를 했지만 늘 조마조마합니다. 예상치 못한 난기류를 만나 낙하산 줄이 얽혀 줄을 끊고 예비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우도 적지 않았거든요.”

특전사 고공강하팀에는 세 쌍의 부사관 부부가 있다. 이 중 김 상사와 오 중사는 각각 1030회와 1017회의 점프 횟수를 기록한 베테랑 고공강하 커플. 국군의 날과 어린이 날 등 행사가 있을 때면 단골처럼 출동해 하늘에서 각종 묘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게 본연의 임무는 따로 있다. 김 상사는 특전사 707특수임무대대 고공선견중대, 오 중사는 707특임대 여군중대 소속이다.

707특임대는 검은 베레모와 특전복으로 상징되는 특전사령부의 직할부대로 ‘특전사 속의 특전사’로 불리는 최정예 부대. 1981년 창설된 특임대는 전시에 적진 깊숙이 침투해 주요 목표를 타격하며, 평시에는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다. 또 적이 도발하면 응징보복에 나서는 특수 임무까지 띠고 있다.

그런 만큼 적을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특공무술은 물론 고공강하, 스쿠버다이빙, 저격, 폭파, 독침 발사 등 각종 특수훈련을 습득해야 한다. 미국 육군 특전단인 그린베레 속의 특수부대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는 ‘델타포스’의 한국판이다. 특임대의 특수전 수행능력은 매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등 외국 특수부대가 자국 요원을 파견해 특수전 능력을 전수받아 갈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김 상사가 속한 고공선견중대는 아군 특전사 요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소수의 팀으로 적진에 먼저 들어가 아군 낙하지점의 안전과 침투로를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오 중사의 여군중대도 대테러전과 심리전, 요인 암살 등 비정규전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서는 ‘보안’이라며 말을 아낀다. 다만 오 중사는 “소음소총과 적 무기 등 각종 화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고 귀띔했다.

김 상사는 고교 졸업 후 특전사를 지원한 친구 따라, 오 중사는 제복 입은 여군이 너무 멋있어서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해 입대했다. 지금 두 사람은 “대한민국 최강의 부대에 부부가 같이 근무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부는 경기 하남시 미사리 강하훈련장에서 훈련을 같이하다가 서로에게 이끌렸다고 털어놓았다. 김 상사의 자상한 성격에 오 중사가 먼저 호감을 느꼈고 내성적 성격의 김 상사는 “오 중사가 너에게 관심이 많다”는 동료들의 말에 용기를 내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오 중사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서로 격려도 하고 위로도 한다. 부대 일이 힘든 만큼 자기 일처럼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특전사 커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유성 국방전문기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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