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열린우리당은 29일 오후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추진 방향에 관한 논의했으나 당 해체를 통한 신당 창당론과 재창당을 위한 당 개조론 및 정계개편 논의 유보론 등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론 못낸 마라톤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이날 회의에는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 13명이 참석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3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외연 확대를 추진하는 ‘통합신당론’이 대세를 이뤘으나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을 개조하자는 ‘재창당론’과 정계개편 논의를 정기국회 폐회 이후로 미루자는 ‘정계개편 논의 유보론’이 제기돼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와 박명광 이석현 의원 등은 통합신당 논의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는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을 추진하자고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과 문희상 의원은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 책임을 이유로 정계개편 논의를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시간이 넘도록 지루한 난상토론이 이어지자 김 의장은 다음 달 2일 의원총회에 이들 세 가지 방안을 올려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나 통합수임기구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제시됐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비대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질서있고 심도있게 정계개편 방향을 논의한다는 선에서 논란을 정리했다.
박병석 비대위원은 회의 브리핑을 통해 △정기국회 기간에 국정감사와 법안, 예산안 처리에 주력하며 △북핵 사태에 따른 불안감 해소와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향후 정치일정을 비대위가 책임있게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창당 주역들의 실패 자인=열린우리당 창당 주도 세력의 한 명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창당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음을 고통스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 재창출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세력과 인사들을 결집하는 대통합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주장했다.
천 의원에 앞서 정동영 전 의장은 13일 “열린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고 돈과 지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는 여전히 유효한 가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실패’를 인정했고 김 의장은 22일 “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 됐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치적으로 분열이 없는 통합 신당을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나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이 과거 자신들이 지역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과의 통합 신당 추진 등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무원칙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천 의원은 2003년 3월 “정치 구도가 노선과 이념, 기본 정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고 했고 정 전 의장은 2003년 7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호가호위하던 사람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하며 DJ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DJ의 이상한 행보=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여당의 정계개편 논의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DJ가 퇴임 후 처음으로 28, 29일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시를 찾은 것도 사실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DJ는 29일 전남도청 전망대에 오른 자리에서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란 글귀를 적는 등 ‘호남 민심’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DJ의 행보에 눈도장을 찍는 정치인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해석과 맞물려 있다. DJ의 목포 방문에는 열린우리당 유선호 천정배 김원웅 우윤근 이상경 의원과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이낙연 최인기 이상열 채일병 의원 등이 동행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