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되면서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에 물품을 공급하는 국제조달시장이 국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은 국제조달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다음 달 7일 조달청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KOTRA 등 8개 기관과 함께 국제조달시장 진출 관련 민간합동회의를 한다.
외교통상부 통상투자진흥과 김성은 서기관은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계기로 국제조달시장에 대한 기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유엔본부와 42개 산하기구가 지난해 국제 입찰을 통해 조달한 상품과 서비스 규모는 83억3000만달러(약 7조9135억 원)에 달한다.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개발은행과 미국 등 각국 정부기관까지 포함하면 국제조달시장의 규모는 2조∼3조 달러로 늘어난다.
유엔은 본부와 산하기구의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비롯해 평화유지군 활동이나 이라크전쟁 복구에 사용되는 물자나 서비스를 국제 입찰을 통해 구매한다.
국제조달시장은 시장 규모 외에도 다른 장점이 많다.
수출 대금 결제가 확실해 수출을 하고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특히 유엔 조달 물품은 부가가치세가 환급되고 관세가 면제된다. 유엔에 납품하는 물품은 대부분 저개발국가에 공급되므로 새로운 시장 진출과 제품 홍보에도 효과적이다.
세계은행 민간 연락관인 KOTRA 시장전략팀 한정희 과장은 “한국은 현재 유엔 분담금 비율이 1.796% 수준인 데 비해 지난해 국제기구 납품 비율은 0.28%에 불과해 국내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 성공 신화 쓰는 업체 늘어
국제조달시장에 진출해 성공 신화를 써 나가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조립식숙소 제작업체인 캬라반은 유엔평화유지군이 사용할 700만 달러 규모의 조립식 숙소를 짓기로 하는 계약을 유엔과 지난해 5월 체결했다. 군수용품 제작업체인 이글코리아는 아프리카, 중동 국가 등에 방탄복을 납품하고 있다.
25년 동안 국제조달시장에 참여해 오고 있는 방성석 이글코리아 사장은 “국제조달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잘 몰라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며 “이 시장은 국내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2005년 주요 국제기구 조달 현황 (단위: 달러) | ||
기구 | 금액 | 품목 |
세계식량계획(WFP) | 21억5400만 | 식품, 창고 및 물류, 차량, 컨설팅, 건설 |
범미보건기구(PAHO) | 1억8400만 | 주사기, 의약품, 백신, 포장 및 운송 |
세계보건기구(WHO) | 1억5900만 | 살충·살균제, 의료기구, 백신, 피임약 |
유엔연구사업소(UNOPS) | 9600만 | 통신장비, 기계류, IT장비 부품, 가구, 비료 |
유엔인구기금(UNFPA) | 8500만 | 피임약, 의료장비, 의약품 |
자료: 유엔 |
유엔 연간 구매 실적 (단위: 달러) | |||
구분 | 2003년 | 2004년 | 2005년 |
상품 | 35억800만 | 37억8300만 | 45억5300만 |
서비스 | 15억7600만 | 27억4300만 | 37억7700만 |
계 | 50억8400만 | 65억2600만 | 83억3000만 |
자료: 2005년 유엔 연간 통계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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