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미국과 평화공존 실현 뒤 핵 포기 가능성 언급"

  • 입력 2006년 10월 24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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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특사에게 2차 핵실험 유보와 6자회담 복귀, 미국과 평화공존 실현 뒤 핵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 일본 외교소식통의 말을 종합해 김 위원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양보를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를 놓고 중국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은 종전 태도와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2차 핵실험을 두고 "현시점에서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압력을 계속 가한다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6자회담에 대해선 "협의의 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복귀할 의사도 있다", "금융제제를 완전히 풀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재 해제에 관해) 일정한 보증이 있으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제 해제나 완화를 위해 일정한 성의를 보이면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

다만 김 위원장은 "금융제재가 6자회담 복귀의 최대 장애가 되고 있다. 지금은 환경이 정비돼 있지 않다"며 무조건 복귀에는 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핵 포기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었고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국과 평화공존을 바란다. 북미 양국의 평화공존이 실현되면 우리에게 핵무기는 필요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은 지난해 9·19 베이징(北京) 공동성명에 찬성하면서도 금융제재를 발동했다. 성명을 준수할 용의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미국에 노골적인 불신감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탕자쉬안 특사는 "북한은 지금 심각한 처지에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제재결의를 채택했다. 유엔 가맹국은 이행 의무가 있으며, 중국도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미국이 조약상의 의무에 기초해 한국과 일본의 안전보장을 약속한다는 태도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빅터 차 미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23일 워싱턴에서 연합뉴스 기자에게 "김 위원장이 탕 특사에게 한 말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계속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며 "추가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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