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국제안보학술회의]건설적 관계를 위한 공조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코멘트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로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열린 한미안보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븐 뇌퍼 뉴욕대 대학원 교수, 원재천 한동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석 국방대 교수,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사회자),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원 동북아시아 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 김호섭 중앙대 교수. 김미옥  기자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로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열린 한미안보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븐 뇌퍼 뉴욕대 대학원 교수, 원재천 한동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석 국방대 교수,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사회자),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원 동북아시아 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 김호섭 중앙대 교수. 김미옥 기자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심대한 변화 국면에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세는 물론 한반도 안보환경을 지지하는 핵심축인 한미동맹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엄중한 상황 변화 속에서 한미안보연구회는 19, 20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한미동맹의 핵심적 문제와 향후 과제: 더 건설적인 양자 동맹관계를 위한 공조’를 주제로 제21차 연례 국제안보학술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化汀)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미국 헤리티지재단, 한미우호협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한미군민친선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참석한 학자와 외교관, 예비역 군인 등 40여 명은 이틀간의 발표와 토론을 통해 북한 핵실험이 가져올 한반도 위기 상황과 이에 대한 대응, 21세기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방향,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눴다.

정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안보

학술회의 참석자들은 북한 핵실험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핵실험 날짜인 10월 9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큰 영향을 줬다는 데 대부분 동의했다. 김호섭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강경론자든 유화론자든 모두가 북한 핵실험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의 책임과 향후 미국의 대응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연구원 동북아시아 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은 북한 핵실험의 책임을 놓고 북한과 미국 양비론(兩非論)을 펼쳤다. 시걸 국장은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과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확신만 강화시켰다”며 “미국은 정치적 고립과 경제 제재로 북한이 핵 보유에 박차를 가하도록 평양을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하고, 핵무기 2개 분량에 이르는 플루토늄 재처리에 착수하게 만들 것”이라며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이 행동을 취해야 한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미 직접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미 의회입법조사국의 마크 매닌 박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행동은 없고 수사(rhetoric)만 무성한 ‘수동적 정책(passive policy)’이었다”며 “미국은 진짜 외교적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강석 국방대 교수는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2009년에 한국으로 이양하겠다고 한 것은 북한에 대한 모종의 군사행동을 구상하기 때문”이라며 “전시작전권 이양은 북한 핵 제거를 위해 한국이라는 걸림돌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의 첫 번째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2009년을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해로 보는 것 같다”며 “한국은 북한에 1992년 체결한 불가침조약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하는 등 지금부터 생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미동맹과 전시작전권 환수

참석자들은 “한미동맹은 군사 기술 및 세계·지역·한반도 차원의 세력 균형과 한미 양국 안보전략의 변화,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 등의 요인으로 중대한 변화에 직면했다”며 “양국의 신뢰 강화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전재성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양국이 군사 및 안보전략에 관한 근본적 합의는 보류한 채 주요 현안에 관한 합의에 집중하는 소위 상향식(bottom-up) 접근법을 취해 왔다”며 “동맹의 근본적 목적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앞으로 많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며 북한 핵실험 발표에 이은 대북 제재 정책들은 합의 정도를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서 미국 측 참석자들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브루스 벡톨 미 해병지휘참모대 교수는 “전시작전권 이양에 따라 현재의 빈틈없는 한미연합사 구조가 두 개의 구조로 설익은 전환을 하면 양국 군대의 군사력과 전쟁준비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과도기에 미국은 한국 방위와 한국군이 보유하지 못한 군사적 능력 제공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본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지만, 산소와 수소가 분리돼 있으면 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한미연합사 해체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토론자로 나선 레이먼드 에이러스 전 미 해병대 중장도 “전시작전권 이양은 한국군에 충분한 군사적 능력이 확보될 때 이뤄져야 하며 그때까지 주한미군의 감축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전시작전권이 환수돼도 한국군은 미군의 보완과 지원을 토대로 전시작전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으며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유사시 미군의 증원전력이 계획대로 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전시작전권 문제를 주권 문제로 받아들이면 안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 한미FTA 협상과 경제협력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지만 미국의 협상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개성공단은 앞으로 북한에서 중국의 경제특구처럼 개방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양국 간 무역 분쟁의 빈도와 정도가 줄어드는 이익이 있겠지만 더 나아가 정치적 전략적 의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호주 싱가포르 이스라엘과 FTA를 맺을 때도 비경제적 요인이 더 중요했다는 것.

정 교수는 “FTA의 체결 속도도 중요하지만 두 나라의 처지를 서로 잘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 뒤 “한국 정부는 협상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자동차, 섬유, 의류에 대한 관세양허 내용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며 미국이 협상에 접근하는 방법이 일방적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 협상단은 지금까지 반(反)덤핑 문제 및 전문직 종사자의 미국 비자 발급 문제 등 한국 측의 주요 요구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향후 체결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한국 국회의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한국은 미국 협상단이 이런 주요 요구사항을 다룰 능력이 있는지 염려하고 있으며 공은 미국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그레이엄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FTA 협상에서 주요 이슈로 삼는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에 대해 “한미 FTA의 특혜 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레이엄 연구원은 “개성공단은 폐쇄경제인 중국이 상대적으로 개방된 경제와 사회로 전환하는 데 큰 몫을 한 경제특구와 비슷하다”며 “물론 중국과 북한의 환경이 다르지만 개성공단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하나의 ‘전시효과(demonstration effects)’로 작용해 북한이 경제 개혁에 착수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