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실체에 국민의 눈 가린 좌파정권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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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全軍)의 간부화, 전군의 현대화,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의 요새화. 북한이 헌법 60조에 명시해 놓은 ‘4대 군사노선’이다. 헌법에 군사노선을 규정한 나라는 세계에 더는 없다. 국방위원회가 인민을 통치하는 선군(先軍)정치 집단도 북한이 유일하다. 목적은 한반도의 적화(赤化)통일이다. 북은 이를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노동당규약에 못 박아 놓고 있다.

북한의 2300만 주민 가운데 120만 명이 정규군이다. 이 밖에도 500만 명 이상의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교도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적화혁명 완수”를 외치고 있다. 휴전선에 집중 배치된 방사포와 자주포들은 순식간에 경기 수원까지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600기 이상의 스커드미사일에 생화학탄두를 장착해 한반도 전역을 때릴 수 있다. 마침내 핵실험까지 했다.

한때 익숙했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북의 외투를 벗기려면 햇볕을 쪼여야 한다”는 김대중(DJ), 노무현 정권의 말만 믿고 8년 반 동안 열심히 북을 돕기만 한 탓이다. 이에 대한 답례가 핵실험이라니, 실감이 안 날 지경이다. 국민의 죄라면 세금 꼬박꼬박 낸 죄밖에 없다. 퍼 주면 핵 문제도 해결되고 통일도 앞당겨진다고 해 그렇게 믿었을 뿐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햇볕’을 외쳐 댔으니 대화와 안보 사이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찾을 필요도 못 느꼈다. 안보를 걱정하면 수구(守舊)로 몰렸다.

북으로서는 더없는 기회였다. 대남 통일전선전략의 한 축인 민족대단결(우리 민족끼리)을 앞세워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벌고, 남한 사회의 반미·연북(連北) 분위기도 확산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한미동맹은 이완됐고, 우리 국민의 대북 경계심은 무장해제됐다. 크고 강해진 것은 친북반미 세력뿐이다. 친북좌파 단체들이 북의 핵실험까지도 “우리 민족을 미제(美帝)로부터 구하는 길”이라며 춤추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햇볕정책, 포용정책의 결말이 이러하건만 당사자들은 국민 오도(誤導)에 여념이 없다. DJ는 지난달 “북의 핵과 미사일은 미국엔 어린애 장난감”이라고 했다. ‘장난감 시험’에 세계가 놀라고 북의 혈맹인 중국까지 분노했을까. 그는 어제 전남대 강연에서도 “햇볕정책은 남북관계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햇볕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탄 자신에게는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이미 치렀거나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는 어떻게 되는가.

노 대통령은 작년 4월 12일 독일 방문 중에 “북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으며, 결국 이 문제는 풀린다”고 했다. 올해 5월 19일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에선 “북핵 문제는 그런대로 잘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핀란드 방문 때는 “북 핵실험에 대해 근거 없이 얘기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해롭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런 발언만으로도 그는 탄핵감이다. 대통령이 이렇게 국민을 속일 수는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무지(無知)와 오판과 오만의 산물인 햇볕정책에 원죄가 있다. 북한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환상과 정치적 욕심에 사로잡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두 사람 모두 통렬한 반성 위에서 국민에게 사죄하고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제 전화 통화를 갖고 ‘햇볕정책은 죄가 없는데 북-미관계 때문에 실패했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마침 북한 외무성도 이날 “핵실험을 한 것은 미국의 핵위협과 제재 압력 때문”이라고 했다. 구제불능에 초록은 동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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