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후진타오 “핵실험 함께 저지” 한목소리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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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댄 미-일 유엔대사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순번제 의장인 일본의 오시마 겐조 유엔 주재 일본대사(오른쪽)와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가 북한 핵실험 계획을 경고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뒤 대화하고 있다. 유엔본부=AP 연합뉴스
머리 맞댄 미-일 유엔대사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순번제 의장인 일본의 오시마 겐조 유엔 주재 일본대사(오른쪽)와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가 북한 핵실험 계획을 경고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뒤 대화하고 있다. 유엔본부=AP 연합뉴스
《북한이 3일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국제사회는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공조 방안을 놓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일본 총리는 8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9일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핵 해법을 논의한다. 노 대통령도 13일 베이징을 방문해 후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어서 동북아 3국 정상 간 연쇄 회담의 결과가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북한 외무성 발표 후 나흘 만인 7일(한국 시간) 북한에 핵실험 계획 포기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별도의 대북 제재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후속 대응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日 “용인 못해” 中 “6자 재개노력” 미묘한 차이

북한 핵문제를 놓고 대립하던 중국과 일본이 비록 ‘온도차’는 있지만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는 8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선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의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합심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실험 예고는 극히 유감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만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중국 측에 핵실험 저지를 위한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북한이 핵실험을 억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확약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의 평화 안정 유지에 노력하고 이를 위해 북핵 6자회담의 회복에 힘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 저지를 위한 양국 간 해법에 ‘온도차’가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하지만 양국이 북한의 핵실험 저지를 위해서는 합심해 나가기로 합의한 상태여서 앞으로 북한 설득을 위한 관련국 간 협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편 양국은 역사 인식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호 이견을 줄였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 인민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며 적절한 처리를 요청했고 아베 총리는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답변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만의 독립을 반대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해 중국과의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국은 또 공동 이익을 위해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에 힘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놓고 대립을 계속하던 중국과 일본의 냉각된 관계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크게 풀릴 전망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北 실험땐 모든 책임져야” 공동 경고할 듯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 핵실험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회담 후 북한에 대해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의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모든 결과에 대해 북한이 책임져야 한다는 경고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8일 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한중 정상들과 이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북핵 해법에 긴밀한 공조체제를 갖추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내에선 핵실험 시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무역 봉쇄와 군사 조치까지 포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재추진 등 초강경 제재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외교적 해결 노력을 위한 양국 공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정상회담 결과가 ‘북핵 불용’이라는 포괄적 선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시각차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정상이 회담 후 공동의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도 양국 간 불편한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中 대북압박 ‘지렛대’ 주목… 6자복귀 협의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한 핵실험 관련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에 핵실험을 자제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중재자 역할을 다해 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통해 북한에 핵실험이 초래할 위험을 사전 경고하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 효과를 노린 것이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정상회담의 북핵 관련 부분에 대해 사전 조율할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8일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도 중국과 얘기하고 있다”며 “중국도 나름대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아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후 주석에게 설명하며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일 수 있는 지원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7월 5일 미사일 발사 때와 같이 중국과 거의 대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 압박 지렛대를 총동원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부, 당국간 직통라인-민간채널까지 가동

쌀-비료 이미 중단… 제재수단 없어 고민

정부는 2000년 정상회담 이후 6년간 가동해 온 남북대화 채널을 총동원해 북한의 핵실험을 단념시키기 위한 대북 설득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앞서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3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선례가 있어 실효성에는 의문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북 직접 설득 노력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 △핵실험 강행에 철저한 대비를 병행하고 있다.

정부의 대북 설득 노력은 지난달 초 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차례차례 포착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내 한반도정책 여론 주도층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미사일 발사 때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북 설득 노력은 3일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한 뒤에는 채널을 더욱 다양화했다. 당국 간 직통라인뿐만 아니라 우회 채널이나 민간 채널까지 가동하고 있다.

현재 당국 간에는 판문점 연락관 라인과 서해 군사당국 핫라인 등이 있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남북 카운터파트 간 서신 왕래의 방법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제공을 중단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을 단념시킬 만한 지렛대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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