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류언론 교체 투쟁’해 온 대통령이…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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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일부 신문 간부들에게 “보수언론이 권력화를 넘어 아예 정권 교체 투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음이 뒤늦게 공개됐다. 이 발언은 언론에 대한 왜곡이며 모독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본분이다. 국민 세금을 쓰는 정부의 국정운영을 구석구석 조명하고 잘잘못을 공론(公論)에 부치는 일은 ‘언론 수요자’인 민주국민이 언론에 부과한 책무다.

정론(正論)을 펴는 언론이라면 당파(黨派)를 초월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려 한다. 물론 집권세력이 야당보다 더 냉정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향은 있다. 정부 여당은 가장 무거운 국정 책임을 지고 있으며, 국가 진로(進路) 및 나라살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과거 야당 또는 재야(在野) 시절에는 민주언론으로부터 지원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노 대통령이 언론을 정권 교체 투쟁을 하는 집단인 양 공격하는 것은 그의 끈질긴 ‘주류(主流)언론 교체 투쟁’의 일환이라고 우리는 본다. 노 정권은 지난 3년 반 동안 ‘언론계의 주류 교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왔다. 다수 독자의 선택을 받는 신문들을 애먹이려고 신문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핵심 조항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부수가 적은 친(親)정부적 신문들을 국민 세금으로 배달해 주려고 신문유통원이라는 기구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 신문사는 ‘매칭 펀드’의 종자돈조차 대지 못해 유통원장이 사채(私債)를 끌어 쓰는 희대(稀代)의 편법으로 재정운용을 교란시켰다.

노 대통령은 어제도 언론을 향해 “정치의 영역으로부터 시민사회로 돌아가 본분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고 취재 및 보도에 제한을 가하려는 위협으로 들린다. 언론은 언론정신을 잃지 않고 수용자인 국민을 위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봉사할 뿐이다. 정부도 언론통제의 유혹을 버리고 제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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