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이 자정은 불가능" 퇴임법원장 쓴소리 눈길

  • 입력 2006년 8월 20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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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옵니다. 그 유혹은 차마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이성을 제압하고 도덕성을 무력화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인격으로 태어나는 출산의 고통 없이 올곧은 자정은 불가능합니다."

이우근(사법시험 14회) 서울중앙지법 원장이 법조 비리와 관련해 법관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원장은 23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제약'보다는 '지혜'로=이 원장은 "습성화된 부패의 경향은 옴처럼 단단히 달라붙어 영혼의 자유를 옭아맨다"며 "부패의 유혹 앞에서는 위대한 영웅도 명철한 지식인도 도덕적인 시민운동가도 심지어 근엄한 종교인이나 법조인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엄격한 제약' 보다는 법관들 스스로의 '결단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눈물을 모르는 눈으로 진리를 볼 수 없고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마음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는 19세기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해 "소송기록에 파묻혀 밤낮없이 합법성을 찾는 법조인들이지만 법정 울타리를 넘어 지혜를 찾으라"고 말했다.

▽법원 인사 21일, 23일=대법원은 최근 법원장들의 사의 표명과 헌법재판소 새 재판관 인사 등으로 공석이 된 법원장 자리에 대해 21일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법원장 인사는 최대 12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우근 원장을 비롯해 특허법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흥복(13회) 대전고법원장과 이종찬(15회) 서울북부지법원장이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고 헌재 재판관 인사로 4명의 고위 법관이 법원을 떠나기 때문. 광주고법 등 3곳은 법원장 공석인 채로 운영돼 왔다.

23일에는 5명 안팎의 고법 부장 승진 인사와 기타 전보 인사 등이 이뤄진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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