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人事민원 해결사’ 이백만 양정철 배후 밝혀야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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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사유에 대한 그 자신과 청와대의 해명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유 전 차관은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아리랑TV 부사장 인사 청탁을 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보복을 했다”고 말했다. 홍보수석실이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차관을 들볶고, 민정수석실에서 공직기강 조사까지 나간 것을 보면 정권 실세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을 인사민원 해결사로 부린 실세는 누구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느냐가 이번 파문의 핵심이다.

청와대는 인사 압력은 없었고 인사 협의였으며, 신문유통원 예산 확보에 소홀해 경질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비서관이 차관과 인사 협의를 하면서 “배를 째 드리겠다”고 협박했다는데, 이런 행태가 ‘인사 협의’라고 볼 수 있는가. 전후 관계로 보아 신문유통원 예산 미확보는 구실 같지만, 아무리 급해도 그럴듯한 구실을 끌어다 대야 한다. 국회에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으면 쓰지 말아야지, 강기석 원장이 사채를 끌어 쓴다는 말을 청와대가 해명이라고 버젓이 하는 판이다.

아리랑TV 사장은 유 전 차관에게 “부사장이 되려는 사람을 만나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문화부에서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낙하산을 타고 아리랑TV 부사장으로 내려가려던 K 씨는 정치권 주변에서 맴돈 인물로 영어방송과 관련한 전문성을 털끝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쯤 되면 청와대와 유 전 차관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국민이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정권 말기에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마다 청와대에 줄을 대 인사 적체가 심한 모양이다. 유 전 차관은 인사민원을 처리 못해 청와대가 체증에 걸렸다고 고발했다. 체증 해소에 방해된다고 다면평가에서 1등한 차관을 취임 6개월 만에 자르는 행태는 치졸하고 악랄한 보복이다. 청와대가 일말의 개혁정신이라도 가졌다면 이런 인사 행태가 나올 수 없다.

유 전 차관 경질에 관여한 실상과 그 배후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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