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의장 親기업 행보에 딴죽 거는 대통령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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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 사람들이 모처럼 만나 경제와 민생 얘기는 하지 않고 ‘인사권’ 신경전이나 벌였으니 책임 있는 집권세력이라 할 수 없다. 그나마 요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재계와 접촉해 투자촉진책 등을 논의하고 있어 늦었지만 기대를 갖게 한다. 정부와 야당도 공동 보조를 취해 기업의 활력을 되살릴 정책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김 의장의 친(親)기업 행보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6일 당-청 간 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 인사 문제를 거론한 김 의장 등에게 “그러면 당은 맘대로 한 것이 없느냐. (김 의장의) 뉴딜 정책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과 맞는 것이냐. 당정 협의도 없지 않았느냐”고 힐난했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다. 경제 살리기는 대통령이 앞장서야 할 국정 최우선 과제다.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이 못마땅했다면 모처럼의 당-청 간담회에서라도 경제 회생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할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함께 나서서 호흡을 맞추면 될 일이다.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효과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면서 ‘딴죽’이나 걸고 있으니, 이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김 의장에 대해 “재벌에 굴복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을 다 준다고 투자를 늘린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많은 국민과 기업은 이런 정부, 이런 여당이 한심스럽다.

뒷전에서 트집이나 잡는 야당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이 서민경제 회복 대책을 논의하자며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지만 야당들은 시큰둥하다. 애당초 대안도, 정부와 여당을 설득할 능력도,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본다.

김 의장도 기업인들을 만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기업 현장의 소리를 수렴해 규제 해소와 기업 환경 개선 등을 위한 법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구체적 성과를 신속하게 내지 못하면 ‘무늬만 경제 살리기’ 행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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