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 ‘모험주의 외교’에 국민이 人質될 수 없다

  • 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각료들은 국회에서 혼이 나야 되느냐”고 되물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이 가장 실패했다”는 발언으로 국회에서 질타당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을 감싼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은 오류(誤謬)가 없는 국가냐”고 반문하면서 다른 각료들에게도 ‘소신’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이 정권의 외교안보 책임자들이 ‘국제공조’를 가볍게 여기고 ‘북한 끌어안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데 대한 의문이 풀린다. 현실과 유리되고, 위태롭기까지 한 ‘소신’의 근원은 노 대통령 자신이었던 것이다.

한국은 갈수록 ‘왕따’의 늪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 물자의 이전을 막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대북 금융제재에 적극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어제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위한 새 유엔 결의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식의 ‘과잉대응’은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갈등의 여파는 한미동맹의 변질로 이어질 조짐이다. 미 의회조사국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주일미군 지휘 아래 두는 것을 검토 중이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북의 혈맹(血盟)’이라는 중국까지도 미국과 공조하고 있다. 국유은행인 중국은행(BOC)은 마카오지점의 북한계좌를 동결했다. 5월 중국 선양의 미 총영사관에 진입해 머물고 있던 탈북자 4명 중 3명에게는 처음으로 난민지위를 부여해 미국행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만 ‘미국 때리기’와 ‘북한 감싸기’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4700만 국민을 ‘모험주의 외교’의 인질로 삼고 있는 것이다. 노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그제 한 특강에서 “한미동맹 해체로 자주(自主)를 얻은들 세계에서 고립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임기 1년 반밖에 안 남은 정권이 국가존립의 기반인 외교 안보를 이런 식으로 마구 흔들어도 되는 것인가. 그 후과(後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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