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관급 회담을 굳이…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남북장관급회담 열리긴 했지만…11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북한 대표단 환영 만찬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환영사를 하는 동안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남북장관급회담 열리긴 했지만…
11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 북한 대표단 환영 만찬에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환영사를 하는 동안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이 11일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막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북측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오후 2시 14분경 북측 대표단 29명을 태운 고려항공 전세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이륙했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 북측의 방문을 확신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정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회담 당일까지 참석 여부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은 문제다. 미사일을 쏜 북한을 이렇게 기다려야 하니 뭔가 앞뒤가 바뀐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오후 3시 56분경 비가 내리는 가운데 김해공항에 도착한 권호웅(내각책임참사) 대표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은 공항 영접 행사는 물론 만찬장에서도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어 미사일 발사에 따른 긴장감을 반영했다.

공항 도착 후 환담에서 권 단장은 남측의 태풍 피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재앙은 내부에서도 오지만 외부에서도 일어난다. 우리가 좀 잘해서 외부에서 온 재앙을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공세를 남북 공조로 막아 보자는 뜻을 시사했다.

권 단장은 오후 7시부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서도 연설을 통해 “북남 쌍방은 정세가 어떻게 변하건 환경이 어떻게 달라지건 우리 민족끼리라는 궤도에서 절대 탈선하지 말자”고 말해 미사일 사태 속에서도 남북공조를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환영사에서 “최근 조성된 상황으로 지역 정세가 불안정하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진지한 대화를 통해 타개책을 마련하자”고 강조했다.

권 단장은 만찬에서 “(태풍이 지나간)동해로 왔다는데 어떻게 왔느냐”는 이 장관의 질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 될 길이라 왔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산=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회담장

작년 부시 묵었던 곳… 시위대 접근 어려워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3박 4일간 묵었던 호텔이다.

당시 미국 대표단은 이 호텔 전체를 통째로 전세 냈으며 부시 대통령은 침실과 거실, 욕실, 다이닝룸 겸 회의실을 갖춘 92평 규모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1031호)’을 사용했다. 하루 숙박료는 세금과 봉사료를 빼고 600만 원. 이 방은 이번에 남북장관급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보다는 한 급 아래인 7층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에서 묵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은 7, 8, 9층에 하나씩 있으며 APEC 회의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8층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룸(833호)에 투숙했다. 23평이며 숙박료는 100만 원대.

한편 웨스틴조선호텔은 진입로가 외길이어서 보수단체의 반북(反北) 시위 등을 봉쇄하기에 용이하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호텔 뒤편의 산은 자연 방벽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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