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아예 폐지?”… 당황한 공정위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제정책 수장(首長)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올해 안에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해 내년 초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출총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안이 마땅치 않은데 너무 서둔다”고 주장하면서도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병원 재경부 제1차관은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 입장은 출총제를 폐지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출총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출총제에 대해 ‘폐지’라는 표현 대신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재검토’라는 표현을 써 왔다.

박 차관은 이어 “규제가 완화될 것이므로 기업들은 지금부터 이 점을 고려해 (투자)계획을 세워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출총제를 대체하는 규제가 출총제보다 더 강한 것이 돼선 안 된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이에 앞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확대 당정회의’에서 “올해 안에 출총제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출총제 폐지를 이유로 더 많은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 일부 의원은 출총제 폐지에 반대하지만 당 지도부가 ‘출총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것. 정부도 더는 ‘재검토’라는 원칙을 되풀이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연내 대안을 마련한 뒤 내년 7월경 새 제도를 시행하려던 계획을 앞당길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달 6일에야 출총제 대안 마련을 위한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연내 법령 개정작업까지 끝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

현재 TF는 출총제의 대안으로 △순환출자 때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 전환 유도 △집단소송을 통한 규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과 재경부는 순환출자 때 의결권을 제한하면 적대적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출자 사실을 공시하는 정도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출자총액제한제도:

자산이 6조 원을 초과하는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가 순자산의 25%를 초과한 금액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