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패배 분석 책 與의원들 사이서 화제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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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 화제다.

이 책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교수가 2000년, 2004년 미 대선에서 연달아 공화당에 진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한 학술서적. 코끼리는 미 공화당의 상징이다.

지난달 30일 의원 워크숍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인 이미경 의원이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해 주제 발표를 했고, 29일 탈(脫)계파를 지향하는 초선의원 19인 모임인 ‘처음처럼’도 강화도 워크숍에서 교재로 썼다. 김근태 의장에게도 이 책이 전해졌다.

이 책은 ‘공화당이 설정한 개념이나 구호, 이슈를 대화 재료나 논쟁 도구로 쓰지 말고 심지어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즉, 상대 당이 선점한 ‘개념 틀(프레임)’을 사용해 맞서는 순간 그 틀에 빠져 패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화당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세금 인하(tax cut)’ 대신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개념으로 세금인하론자를 일종의 구세주로 포장했는데, 세금인하 정책을 비판하던 진보적 언론 및 민주당마저 이 용어를 따름으로써 결국 패배를 자초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을 읽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원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컨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거셀 무렵 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이 “오늘 신문에 종부세가 8배 올랐다며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고 말한 순간 국민은 정부가 정말 ‘세금폭탄’을 만든 것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만든 언어와 담론, 즉 프레임을 우리가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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