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쌀·비료 중단’은 北 ‘화염’발언과 같아”

  • 입력 2006년 6월 2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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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쌀과 비료의 제공을 중단하겠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안경호 서기국장의 ‘화염’발언과 같다”고 몰아붙였고, 북한 관련 민간연구소에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쌀 지원 중단 발언은 북한 조평통 안경호 서기국장의 ‘화염’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며 “국방장관도 아닌 통일부 장관으로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조 서기국장의 발언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것이라는 전제가 아니라 ‘화염’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모아지듯,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라는 가정이 아니라 쌀 비료 지원 중단 문제로 눈길이 가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성현 대표도 이날 당내 최고위원회에서 “인도적 지원을 줄인다는 발언은 대북협상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교섭전략인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고 정부는 북미 대화를 중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 연구실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쌀과 비료에 대한 지원을 끊게 되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우리정부에게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 실장은 “결국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국제적으로도 발언권이 약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북한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식량과 비료는 인도주의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방문해 김영선 대표 및 의원들에게 북한 미사일과 관련된 현안을 보고하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지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발사하면 쌀이나 비료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북한에 매년 쌀 40만 t가량을 차관 형식으로, 비료는 30만 t 정도씩 무상 지원해 왔다. 비료의 경우 올해 봄철용 15만 t을 이미 북한에 보냈고 7월 7일까지 추가로 20만 t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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