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7]제주지사 후보 공약 FINE지표 심층분석

  • 입력 2006년 5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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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5·31지방선거 최고의 접전 지역이다. 무소속 김태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슬아슬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그 뒤를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바짝 따라붙고 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도 상승세다.

이번 선거의 공천과 출마를 두고 세 사람은 물고 물리는 ‘악연’을 가졌다. 한나라당이 현 후보를 영입해 전략공천하자 현직시장인 김 후보가 이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이 압도적이었던 김 후보를 영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진 후보가 경선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자 김 후보의 입당을 취소했다.

본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이사장 오연천 서울대 교수)는 23일 이들 세 후보의 공약을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FINE 지표에 근거해 평가했다.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광역단체장이 어느 지역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만큼 참신한 공약이 많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진철훈 후보 “지역별 그린타운 조성”

진철훈 후보는 2004년 서울시 공무원들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일 잘하는 간부’로 뽑힌 적이 있다.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되 필요할 때에는 추진력도 발휘하며, 갈등 사안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당시 서울시 직원들의 평가였다.

서울시에서 25년간 건축행정을 맡았고 도시계획국장과 주택국장을 지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월드컵경기장 건설을 지휘했다.

친환경 도시개발 전문가를 자임하고 있으며 도시계획 박사학위도 갖고 있다. 고교 때부터 도시계획과 건축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에 원서를 내 수석 입학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교내 논문 경시대회에서 ‘제주도 건축 개선방안 연구’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서울시에서 물러나 제주지사 보궐선거에 도전했으나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김태환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해 설욕전을 별러 왔으나 최근 김 후보에게 열린우리당 후보 자리를 뺏길 뻔하다 기사회생했다. 그는 “선거로 김 후보를 정계 은퇴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해마다 고교졸업생 100명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보내고 장학금을 전액 도비로 지원하겠다는 ‘제주특별자치도비 유학생 선발’ 공약은 미래 수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반응성 평가가 좋았다. 그러나 우선순위 설정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효율성 면에서는 점수가 낮았다.

제주시에 도심재개발타운을, 서귀포시에 웰빙테마타운을 조성하고 각 지역별로 특용작물 그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균형 발전을 위한 개발정책’은 지역 주민 반응성이 높았다. 그러나 시간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 등 실현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 현명관 후보 “항공요금 반값 인하”

“행정 논리를 벗어던지고 경영 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지금까지와 같은 ‘돈 쓰는’ 정책이 아니라 ‘돈 버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삼성종합건설과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현명관 후보는 제주가 특별자치도로서 폭넓은 자치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행정과는 다른 독자적 경영이 가능하며 그렇기 때문에 CEO 출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제주지사 출마를 “인생 네 번째 도전”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서울 유학을 떠난 것이 첫 번째 도전이고, 행정고시(4회) 합격 이후 감사원에서의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접고 일본 게이오(慶應)대로 유학을 간 것이 두 번째 도전, 유학 후 삼성그룹에 입사한 것이 세 번째 도전이라는 것이다.

삼성에서 얻은 별명은 ‘현통’. 고집통이라는 뜻의 이 별명을 두고 그는 “그만큼 소신과 신념이 강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이 270억 원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중 가장 많다. 후보 측은 “떳떳이 모은 재산이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항공요금을 50% 인하해 도 관광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도내 전파 관련 규제를 모두 없애 전 세계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지역주민 반응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경제인 출신답게 경제적 효율성 점수도 높았다.

그러나 ‘항공요금 50% 인하’ 공약은 과연 도지사의 권한으로 가능한가라는 점에서 실현성 점수가 낮았고 ‘제주 IT 특구 지정’ 공약은 재원 조달 방안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 김태환 후보 “농업생산 1조원 지원”

김태환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제주지사 후보 공천 파동 이전까지는 여론조사에서 2위 후보에 크게 앞섰었다. 1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차로 우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오차 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그는 열린우리당 입당이 무산된 뒤 8일 연 기자회견에서 “나도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말했다. 사죄의 뜻으로 도지사직을 사퇴했지만 ‘정치 철새’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는 1998년부터 제주시장 및 지사 선거에 출마하며 국민회의→무소속→한나라당→무소속→열린우리당(입당 발표)→무소속으로 당적을 바꿔 왔다.

하지만 본보의 21일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도 제주도민의 42.4%는 “김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무소속 후보가 별로 불리할 것이 없다”며 “당을 옮긴 것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청의 9급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해 도지사까지 올라 지역의 공직사회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40년 가까운 공직생활 동안 내무부에서 근무한 12년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근무했다. 지역 현안을 꿰뚫고 있다는 점은 외지 생활을 오래 한 다른 두 후보와 비교할 때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강점이다.

항공노선 확충과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로 관광수입을 대폭 늘리겠다는 그의 ‘제주관광 800만 명, 관광수입 3조 원 시대’ 공약은 실현성, 반응성, 효율성에서 모두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비해 농업생산과 유통안정기금으로 1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은 지역 주민의 반응성을 제외하고 실현성과 효율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 후보 약력

진철훈(열린우리당) ▽출생지(나이)=제주 북제주군(52) ▽학력=한양대 건축공학과, 단국대 대학원 박사 ▽경력=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재산=6억1244만 원 ▽병역=육군 중위

현명관(한나라당) ▽출생지(나이)=제주 남제주군(65) ▽학력=서울대 법학과,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석사 ▽경력=삼성물산 대표이사 회장, 제주대 발전후원회장 ▽재산=270억3284만 원 ▽병역=소집면제

김태환(무소속) ▽출생지(나이)=제주 북제주군(64) ▽학력=제주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경력=제주시장, 제주도지사 ▽재산=12억4338만 원 ▽병역=소집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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