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피습]“지방선거 코앞서…” 與野 파장에 촉각

  • 입력 2006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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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혹열린우리당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당사에서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동영 의장(왼쪽)이 눈을 감은 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승 기자
곤혹
열린우리당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당사에서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정동영 의장(왼쪽)이 눈을 감은 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승 기자
盧대통령 난 전달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수행한 소문상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이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난을 들고 박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盧대통령 난 전달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수행한 소문상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이 21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기원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난을 들고 박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심각한나라당은 2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앞두고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심각
한나라당은 2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앞두고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20일 오후 발생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으로 여야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제히 ‘선거테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일요일인 21일 선거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등 자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이 10일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와 앞으로의 대선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 충격 휩싸인 한나라

의원들 “지지층 결집” 기대속 몸조심
朴대표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

한나라당은 충격 속에 21일 각 지역 선거대책위원회에 특별 공문을 보내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당분간 유세 도중 로고송을 부르거나 율동을 하는 등의 행동을 삼가도록 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하루 동안 유세 지원을 중단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오전 서울 신촌 봉원사에서 열린 만봉 스님 다비식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접전지인 대전에서도 60여 명의 후보가 거리 유세와 유세 차량 70여 대의 운행을 중단했다.

당장의 고민은 박근혜 대표를 대신해 선거판을 누빌 간판급 인사가 없다는 것이다. 박 대표가 지역을 한 번 방문할 때마다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보인다는 말이 나올 만큼 박 대표의 인기가 당 지지율 및 득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박 대표만큼 영향력이 있는 유세 지원자를 찾고 있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20일 밤과 21일 오전 긴급 주요 당직자 비상대책회의, 21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중앙당 발표 외의 섣부른 예단과 언행을 삼가도록 전 당직자와 지방선거 후보 진영에 지시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불행한 사건을 가지고 선거의 유불리를 논하는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배후에 있는 듯한 섣부른 발언으로 국민적 오해와 상대 당의 역공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21일 병상에서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역풍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대신 모든 선거 연설에서 정치테러 규탄과 진상규명 촉구 등의 내용을 반드시 넣도록 하는 등 진상규명 노력은 계속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조직적으로 야당 대표의 생명을 노린 정치테러이기 때문에 범행 동기와 배후 등 전모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번 사건의 정치적 파장 등을 놓고 이런저런 분석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의원은 “정치테러 사건의 경우 피해자나 피해 정당의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박 대표가 ‘수난의 야당 지도자’로 자리매김돼 향후 대선 국면에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한다. 여성의 몸으로 당을 위해 헌신하다 습격을 당했다는 이미지가 당 안팎은 물론 국민에게도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한나라당과 박 대표를 동일시하게 만든 효과도 있다”며 “이는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와의 대선 경쟁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수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한나라당은 오히려 이런 식의 정치적 의미 부여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이럴 때일수록 당이 신중하지 않으면 자칫 반발을 일으키고 역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침통한 여권

“가뜩이나 열세인데… 엎친데 덮친격”

난동자 與당원 곤혹… 즉각 출당조치

열린우리당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정동영 의장 주재로 긴급 선거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습격당한 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며 당 지도부의 제주와 서울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등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해 검경이 합동수사에 나서도록 하는 등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장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열린우리당은 시종 착잡하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지방선거전이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상황에서 박 대표 피습 사건이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속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날 대책회의가 끝난 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주가 대추격전의 시기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황당하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박 대표 피습 현장에서 붙잡힌 2명 중 1명인 박모 씨가 기간당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당직자는 “이제 테러를 배후 조종했다는 오해까지 사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 지도부는 곧바로 박 씨를 출당 조치했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를 습격한 지모 씨와 달리 박 씨는 박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유세 단상에서 난동을 피운 사람이며, 습격과 난동은 전혀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와는 별개로 한나라당이 이 사건의 정치적 배후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선동 정치”라고 규정해 적극적으로 되받아친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은 22일부터 지도부의 선거 유세를 재개하기로 했다.

청와대 역시 긴박하게 움직였다. 전날 사건 발생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즉각 내용이 보고됐으며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21일 오전 9시 긴급 정무점검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 실장에게서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과정의 테러나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내각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검경 합동수사를 통해 철저하고 신속히 진상을 규명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이에 따라 한명숙 국무총리는 이날 천정배 법무부,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 긴급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박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 실장을 보내 쾌유를 기원하는 난을 전달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박 대표의 입지가 크게 강화되면서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구도 변화는 여권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여권 내부의 대권 경쟁구도 역시 유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함께 박 대표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여권은 그동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표를 ‘유신공주’로 지칭하며 ‘가해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왔다. 그러나 이제는 박 대표가 테러의 피해자가 됨으로써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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