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로커들 “北결핵환자 위해 노래”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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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북한 돕기 자선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외국인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최이언, 대니얼 허, 케빈 장, 로건 베네트 군. 김재명 기자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북한 돕기 자선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외국인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최이언, 대니얼 허, 케빈 장, 로건 베네트 군. 김재명 기자
2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지하 연습실.

로건 베네트(16) 군의 기타 연주로 제임스 블런트의 ‘유 아 뷰티풀(You're beautiful)’이 시작됐다. 아직 드럼, 기타, 보컬이 제각각이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

“기진맥진했어. 힘들다.” (케빈 장·16·드럼)

“공연이 며칠 안 남았어. 부지런히 연습해야 돼.” (최이언·17·기타)

노래를 부르는 대니얼 허(16) 군은 MP3 플레이어에 담아 온 원곡을 들으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서울외국인학교(SFS)에 다니는 이 고등학생 4명은 29일 열리는 북한 돕기 자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콘서트 수익금은 모두 북한의 결핵환자들을 위해 쓰인다.

처음에 아이들은 그저 음악이 좋았다. 밴드를 결성했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록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3월 초 콘서트를 준비하던 아이들은 ‘다른’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냥 하는 건 의미가 없어.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도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공연을 하자.”

학교에서 자주 들었던 북한의 어려운 실상이 떠올랐다. 콘서트의 기획을 맡은 최 군이 설명했다. “결핵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인데, 북한에서는 돈과 약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대요. 슬픈 일이죠. 그래서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최 군과 친구들은 국내의 다른 외국인학교 밴드에 전화와 e메일을 돌려 함께하자고 권했다. 용산에 있는 서울 미국인고등학교(SAHS)에서 4개 밴드가, 대전 기독국제학교(TCIS)에서 1개 밴드가 참가하겠다고 나섰다. SFS에서는 참가하겠다는 밴드가 많아서 콘서트 기획팀이 오디션을 열어 3개 밴드를 선발했다.

최 군은 친구들과 함께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포스터를 직접 만들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e메일을 보내서 선전도 하고요. 표 파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교내에서 표를 사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배달도 해요. 또 음향 조정, 콘서트홀에 맞는 앰프 선정하기 등….”

전체 370석 가운데 지금까지 200장 정도가 판매 됐다.

“제게 기타를 잘 치는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열심히 하는 것뿐이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고, 이런 일들에 흥미를 느끼니까요. 북한에 가서 직접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 군이 어른스럽게 덧붙였다.

‘록 음악이 생명을 구한다(Rock music saves lives)’는 제목이 붙은 이 콘서트는 29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콘서트 문의는 fs.band.info@gmail.com으로 하면 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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