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특별담화]韓-日 감정싸움으로 가나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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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5일 자신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중국과 한국이 후회할 것”이라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 가며 비판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취임 때의 공약대로 8월 15일에 참배하느냐’는 출입기자단의 질문을 받고는 “적절히 판단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밝힌 뒤 이례적으로 길고 강한 반박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자신의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외국의 정상과 대화해 보면 ‘고이즈미 총리가 말하는 것이 옳다. 중국과 한국이 이상하다’고 한다”고 강변했다.

그런 뒤 그는 바로 속에 담아둔 말을 토했다.

“(중국과 한국이) ‘왜 이런 문제로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소릴 해 버렸을까’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교도통신은 고이즈미 총리의 반론은 매번 있는 일이지만 이날은 도발적인 표현이 두드러졌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담화를 통해 대일(對日) 강경 방침을 표명한 것에 신경이 곤두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장이 일본의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의 예방을 받고 ‘포스트 고이즈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편 노 대통령의 특별담화에 대한 일본 정부와 언론의 반응은 일단 조심스러운 가운데 ‘국내용 메시지’라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은 이날 “노 대통령이 이전부터의 지론을 말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로서는 일한 관계는 미래 지향적 구축이라는 선(線)으로 간다”고 말했다.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일본에 유리하게 타결됐다는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담화의 어법은 강경하지만 다케시마 문제를 둘러싼 외교차관 협의의 내용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무현 정권은 국내의 비판을 의식해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만큼 이러한 반응을 예상해 왔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노 대통령의 담화가 ‘협상 실패’라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고 ‘국민 불만의 칼끝을 일본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일본 정부는 노무현 정권이 다음 달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유리하도록 대일 강경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다음 달 시작하기로 한 한국과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선 획정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사실상 한국의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도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는 것.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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