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여성대통령' 발언 놓고 여야 공방

  • 입력 2006년 3월 9일 18시 59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한국 여성대통령’ 발언을 놓고 여야가 9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8일 일본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에서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일본에서 여성 총리가 나오는 것보다 빠를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9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일파의 딸이 일본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비판했다.

민 의원은 “한일 관계의 진전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중단,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중단이 실천되어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 같은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양국 정상회담을 갖지 않는 등 강력하고 전략적인 대일 외교정책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의 대표가 일본 집권당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극히 형식적이고 원론적인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일외교 전략을 뒤흔들려는 일본 측에 이용당할 수 있는 무책임한 행보”라며 “국익 보다는 정파와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이즈미 총리의 ‘여성대통령’ 발언에 대해서 “오만 무례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친일파의 딸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일본 총리로부터 차기 대통령 책봉을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한국 내정간섭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하며 박근혜 대표의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비판에 대해 한나라당은 “유치하고 속좁은 질투”라며 “정치의 금도를 지키라”고 맞받아쳤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덕담을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한 것은 유치하고 속 좁은 질투에서 비롯된 것으로 도저히 집권당의 그릇으로서는 믿기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먼저 나오는 것이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경기를 일으킬 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일인가”라고 물었다.

이 부대변인은 “박 대표는 일본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고 단호하게 과거사 등에 대한 우리의 국민적 감정과 요구를 전달했다”며 “야당 대표인 박 대표가 일본의 정치인을 만난 것도 못마땅하다고 했는데 차라리 쇄국정책을 펴든지 노 대통령 외에 대일접촉금지령을 발령하든지 명확한 외교정책을 밝히기 바란다”고 비난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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