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인진]국내 70만 외국인 전담기구 만들자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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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인구 이동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돼 세계는 ‘이주의 시대’를 맞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1억8500만 명의 인구가 자신이 태어난 국가를 떠나 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하는 것으로 유엔은 추정한다. 국제이주자들은 이민, 노동, 망명, 결혼, 유학, 방문 등 다양한 목적으로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살면서 양쪽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2004년 한 해 동안 출국한 한국인은 832만 명(인구 1000명당 173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39% 증가했고, 입국한 외국인은 493만 명으로 역시 10년 전에 비해 78% 늘었다. 국제결혼도 급증해 1990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12만7762명이었다. 2004년 국내 혼인신고 건수의 11.4%(농촌지역은 27.4%)가 국제결혼이다. 합법적으로 등록했거나 불법 체류하고 있는 등 국내의 외국인은 지난해 말 현재 7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국가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노동력 공급은 물론 그 밖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결혼, 가족 구성, 귀화, 시민권 행사, 교육, 건강, 의료, 복지생활 등 다양한 상황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프랑스에서 발생한 아랍계 청년들에 의한 폭동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시해선 안 된다. 인종 및 민족, 종교, 출신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수자가 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했을 때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대규모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국가 간 이주를 현대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 나아가 외국인 유입으로 경제활동의 활성화와 기술 향상, 문화적 다양성 등의 사회적 이익이 크다고 보고 이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외국 인력의 수급과 활용, 사회 적응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할 때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전담조직 설치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 조직은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 영주 및 국적제도 운용, 외국인의 국내에서의 사회 경제적 활동, 나아가 우리 국민의 해외 이주와 재외동포의 국내 입국 등의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할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미래지향적인 이민 행정을 실현하기 위해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의 조직을 개편했다.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한 정책을 전담할 부서를 만들었고, 기존의 난민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적 문제를 출입국관리국에서 담당하게 된 것은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는 국적 문제와 외국인 정책을 하나의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선진국의 정책 방향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국의 조직 개편만으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외국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1990년 이후 출입국자와 국내 체류 외국인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물론 테러, 밀입국, 인신매매 등과 같은 초국가적 범죄 방지를 위한 국가 간 협력체제의 구축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또 국제결혼을 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사회 적응 및 통합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외국인에 대한 사회복지정책이나 자녀에 대한 교육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제 여러 부처에 분산된 복잡하고 다양한 외국인 관련 업무를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해 수행할 때가 됐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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