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법원장 “국민의 이름으로 판결”…법조계 또 긴장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3분


코멘트
이용훈 대법원장(가슴에 꽃을 단 사람)은 20일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일일이 인사명령문을 읽은 뒤 임명장을 주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과거에는 대표자 한 사람의 인사명령문을 읽은 뒤 다른 법관은 이름만 부르고 임명장을 줬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 법관들의 가족과 친지를 초청해 다과회를 열기도 했다. 박영대  기자
이용훈 대법원장(가슴에 꽃을 단 사람)은 20일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일일이 인사명령문을 읽은 뒤 임명장을 주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과거에는 대표자 한 사람의 인사명령문을 읽은 뒤 다른 법관은 이름만 부르고 임명장을 줬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 법관들의 가족과 친지를 초청해 다과회를 열기도 했다. 박영대 기자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이 20일 신임 법관들에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206명의 신임 법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서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이 대법원장이 최근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법원 안팎에서 긴장된 분위기와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법원장은 신임 법관들에게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임 법관들이 사사로운 감정이나 독선에 빠져선 안 되며 깊은 성찰을 통해 올바르고 균형 잡힌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죽은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인 법관의 독립을 지켜 내지 못한 아픈 과거가 있다”면서 “법관의 독립을 지켜 내기 위해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관 스스로의 독립을 통해서만 사법부 전체의 독립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2월 초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법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17일 알려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시변 “李대법원장 압력성 발언 자제를”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공동대표 강훈·姜薰 이석연·李石淵)은 20일 이용훈 대법원장이 9일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예정자들과의 만찬에서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압력성 발언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시변은 “법관은 외부 세력의 압력은 물론이며 내부 간섭도 받지 않아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발언은 상급심의 재판에 상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