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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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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다수 의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강행한 것을 두고 여권에선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키우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선 설혹 노 대통령이 그런 구상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번 파동에서 보듯, 당내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유 의원을 후보로 세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하지만 여권 핵심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일수록 ‘유시민 대권 카드’론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여권 핵심부가 이를 진지하게 구상했고 차근차근 그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라는 것. 386세대 출신의 한 인사는 “유 의원 측의 캠프 구성, 복지부 장관 내정 등 일련의 움직임이 모두 그런 작업의 일환”이라고 단언했다.
노 대통령과 여권의 친노(親盧) 직계 그룹이 ‘유시민 대권 밀기’를 최초로 논의한 것은 2004년 초 노 대통령 탄핵사태 때라는 것.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친노 핵심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차기 문제도 제기됐고 영남 출신인 유 의원을 차기 후보로 유력하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 후보로는 영남 잠식이 힘들다는 점, 한나라당이 건재하고 있는 한 호남은 결국 여권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확실한 지역 연고가 없는 소수파 정권의 처지에서는 이미 부상한 인물이 아니라 극적 드라마를 만들어 낼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유 의원을 차기 주자로 지목하게 된 배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의원이 2004년 총선 전후부터 당내의 정동영(DY)-김근태(GT) 양자대결 구도를 무시하는 듯한 도발적 발언을 해온 것도 여권 핵심부의 차기 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 의원은 DY가 주도한 총선 공천에 대해 ‘정실 공천, 잡탕 공천’이라고 몰아붙였고 지난해 4월 전당대회 때는 GT계와 연대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면서도 DY 측에 대해서는 “지극히 폐쇄적이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유 의원의 행보는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내의 소수파임에도 불구하고 실세이자 다수파였던 동교동계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차별화한 끝에 결국은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 낸 노무현 후보의 대선 전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말이 무성하다.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의 장관 내정을 강행한 것은 ‘유시민 대권 밀기’ 1단계 프로젝트의 완결편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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