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씨 금강산비자금’ 파문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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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김윤규(金潤圭)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와 관련해 6일 “금강산 사업과 관련해 김 전 부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시점이 대부분 남북협력기금이 현대아산에 입금되기 전의 일이기 때문에 기금 유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김 전 부회장이 회사 돈을 먼저 빼 쓴 뒤에 협력기금에서 지원된 금강산 지역 도로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 계상(計上)해 채워 넣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히고 있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협력기금에서 나간 공사비를 유용했다는 점에서 통일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면서 감사원 특별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김윤규 비리’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일부 “남북기금 유용 아니다”

이봉조(李鳳朝) 통일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금강산 도로공사와 관련된 협력기금 14억4200만 원이 현대아산에 입금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이지만 현대가 내부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김 전 부회장의 ‘남북경협기금(남북협력기금 의미) 관련 비자금’ 50만 달러의 대부분은 이보다 전에 조성됐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시기와 금액은 △2003년 10월 20만 달러 △2004년 10월 7만5000달러 △2004년 11월 7만 달러 △2004년 12월 9만2000달러 △2005년 1∼3월 6만4000달러 등이다.

이 차관은 “여러 상황을 검토해 볼 때 김 전 부회장이 협력기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대는 기업 내부보고서가 언론에 사전 유출된 점에 대해 명확히 경위를 해명해야 하며 정부와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출처는 결국 남북기금”

‘정부가 협력기금을 지급하기 전에 김 전 부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기 때문에 기금 유용과는 무관하다’는 통일부의 설명은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얽매여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도로포장 공사비로 총 27억2000만 원을 협력기금에서 받기로 하고 도로포장 공사를 해 왔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회장은 금강산 현지 사업소 금고에 보관된 현금을 꺼내 비자금으로 빼돌린 뒤 자재 대금을 부풀리거나 있지도 않은 공사를 한 것으로 속여 돈을 채워 넣었다. 결국 김 전 부회장이 조성한 ‘금강산 비자금’의 최종 출처는 협력기금이라는 뜻이다.

김 전 부회장의 금강산 비자금 인출이 미국 달러화로 이뤄진 반면 정부의 기금 입금은 원화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금과 무관하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앙대 이상만(李相萬·경제학) 교수는 “기금이 어느 시점에 현대아산으로 갔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정확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통일부의 설명은 기금 관리 주무 부처의 책임 있는 해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고속도로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하면서 단 한 곳의 업체에 사업을 맡겼을 때 그 업체가 공사비를 과다하게 계산하거나 횡령을 한다면 당연히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 현대 “모두 공개하고 싶지만…”

현대그룹은 통일부의 ‘압박’을 의식해 홍보팀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보고서에 ‘남북경협기금 관련 비자금 조성 50만 달러’라고 표시된 부분은 김 전 부회장이 기금과 관련된 금강산 도로포장 공사에서 회계 조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지 협력기금을 ‘직접’ 유용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의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직접, 간접을 따지며 책임을 지라고 나오니 자료를 내긴 했지만 어차피 금강산 도로 공사비는 협력기금에서 받은 돈 아니냐”며 “차라리 모든 구체적 자료를 공개하고 싶지만 그러면 통일부가 좋아하겠느냐”고 말했다.

남북경협 관련 단체인 남북포럼의 김규철(金圭喆) 대표는 “통일부의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면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김 전 부회장의 비리와 남북협력기금 사용 실태를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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