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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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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 태몽도 없었다”=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대화는 날이 선 채 진행됐다. 배석자들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평소 ‘수첩공주’로 불렸던 박 대표는 일체의 발언 자료를 준비하지 않았다. 반면 노 대통령은 3장 분량의 발언 메모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대표는 평소 치마를 즐겨 입던 것과는 달리 베이지색 바지정장 차림이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가 ‘경제 위기’를 거론하는 것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가 “국민들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한나라당만 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그건 싸움하자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반박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또 박 대표가 본보 6일자 ‘다섯 달치 소득을 세금, 연금으로 내는 국민’을 인용하며 세금 문제를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그런 식의 비교는 옳지 않다. 국민을 호도해선 안 된다”며 목청을 높였다는 것.
회담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서로 상대방의 말을 끊고 끼어드는 일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에 대한 평소 ‘감정’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 중간에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역사적 부채를 이번에 정리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생각했다”며 “이전에 가해와 피해의 구도가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스스로 역사의 한 단계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담 끝부분에 박 대표가 “9일이 생신인데 여행(순방) 중에 생신을 맞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덕담을 하자 노 대통령은 “(나는) 옛날에 생일도 별로 챙기지 않았다. 나는 태어날 때 태몽도 없었다. 전설이 없는 지도자다”라고 답했다.
▼與 “상생 출발점 기대” 한나라 “연정 종지부”▼
▽여권, 엇갈린 기류=회담 결과에 대한 여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은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도 “서로의 인식차이는 드러났지만 대화 정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별다른 타협이 없던 것은 예상했던 결과다. 연정 제안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확실히 의사를 전달해 (추후 연정 논의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경제문제 등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 당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연정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정국이 더 냉각될 것”이라고 했고, 민주노동당은 “예상대로 억지로 시작했다가 정략적으로 등을 지고 끝냈다”고 혹평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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