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예산 안남기려 펑펑 써버려” 예산집행 문제 지적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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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따져 보면 정부의 한 해 살림살이에서 문제점을 100개나 찾을 수 있다.”

결산 국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22일 2004년도 정부 각 부처의 예산 집행 명세의 문제점을 분석해 ‘결산 100대 문제사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정부 예산 집행의 적법성을 집중 검토한 결과 국민의 혈세가 행정부 편의대로 집행되거나 낭비된 사례를 여러 부분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 “국회가 혼수용품 마련하느냐”

보고서는 국회와 정부 부처 등 22개 기관의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연말 예산 집행 △예비비 등 예산 선(先)집행 △국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신규사업 추진 △연말에 한꺼번에 발주된 연구용역 사업 등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이라크 재건사업에 쓸 660억 원의 예비비 중 96억 원을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 전 이미 지급계약을 했다. 키르쿠크 주 정부에 지원한 차량 30대와 컴퓨터, 의약품 등은 예비비 승인이 나기 2, 3개월 전에 선적해 현지에 인도됐다.

국정홍보처도 신행정도시 건설과 관련된 광고를 예산 15억 원이 배정되기 20일 전에 미리 신문 등에 게재했다.

국회사무처는 올해 3월 실시된 국회의장의 미국 순방(420만 원), 일본 순방(294만 원) 등에 사용된 특수활동비를 지난해 12월 31일 집행했다. 2005년도 사업을 2004년도 예산으로 진행한 셈이다.

국회사무처는 또 12월 14일부터 31일까지 보름이 조금 넘는 기간에 컴퓨터와 냉장고, DVD, 사무가구 등 구입에 4억7000만 원을 사용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국회가 혼수용품이라도 마련하느냐”고 꼬집었다.

이 밖에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는 총액이 각각 1억4000만 원, 4억1400만 원에 이르는 연구용역 과제 9건을 연말에 몰아서 계약했다.

대통령비서실은 특수활동비를 직원수당으로 나눠준 점, 국무총리실은 연말에 이틀간 수령한 관서(官署)운영비 5400만 원의 용처가 모호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 “특별감사 청구하겠다”

한나라당은 이런 예산 사용이 예산회계법과 국고금관리법 등을 어긴 편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가 정원을 초과한 49명을 더 채용하면서 26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쓴 것도 정부조직법에 저촉된다는 것.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잘못된 예산 집행과 예산낭비사업에 대해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하고 변상, 국고환수, 책임자 징계 등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라크 재건사업과 관련된 예산의 선집행은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정원을 초과한 인력운용 등은 인력난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국회사무처는 “특수활동비의 집행은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문제로 국회 회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외교활동 일정이 변경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경부는 “연구용역비의 경우 당해연도 예산을 다음 해로 이월시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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