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법무 “X파일은 구태 결정판”… 검찰 적정대처 기대”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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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본격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가 고발한 뇌물 혐의뿐만 아니라 불법 도청 등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의 한 간부는 “내부 논의 결과 문제의 X파일 사건을 공안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26일 대검찰청 간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법 도청 자료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또 다른 간부는 “충분히 법률 검토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이날 주례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의 낡고 병든 구조와 문화가 종합돼 있는 구태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동안 거대 권력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권력, 언론, 자본, 그리고 검찰 및 과거 안기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사안으로 검찰에서 적정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洪錫炫·전 중앙일보 사장) 주미 대사 등 20여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통해 삼성그룹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수뢰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홍 대사, 이학수(李鶴洙)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뇌물 공여를 위한 특가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람 중 이 회장, 홍 대사, 이 본부장, 이 전 총재와 이 전 총재의 친동생인 이회성(李會晟)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서상목(徐相穆) 전 한나라당 의원, 고흥길(高興吉) 한나라당 의원 등 7명은 고발장에 이름이 명시됐다.

나머지는 △전현직 검사 및 법무부 간부 10여 명 △1997년 당시 여야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 △1997년 당시 경제부총리 1인 등으로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盧대통령 “국정원, 불법도청 신속조사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안기부의 도청 등) 불법행위를 사실대로 철저히 밝히고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아직도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즉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도청을 자행한 것은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우선 국정원의 신속하고 철저한 자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불법도청 파문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검찰과 법무부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녹취록 내용과 관련해 “불법 취득한 정보라도 과거에 저질러졌던 정-경-언 유착 등 범죄를 은폐하지 말고, 부정의 유형을 드러내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지게 해야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국민의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불법 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고심되는 부분으로, 공개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주장과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라도 국민적인 공익을 위해서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안기부 녹취록을 통해 1997년 삼성 측의 대선자금 제공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난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국정원은 안기부의 비밀도청팀인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모(58) 씨와 언론에 안기부의 광범위한 도청 사실을 주장한 전 안기부 직원 김기삼(40) 씨를 조사하기로 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삼성 “사회적 물의 죄송” 대국민 사과▼

삼성그룹은 이른바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대(對)국민 사과문을 25일 발표했다.

삼성은 이날 그룹 임직원 명의로 된 사과문에서 “불법적인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소문에 불과한 것도 있고, 내용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점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죄송스럽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또 “삼성은 1999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도청 테이프를 거액에 사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 테이프가 공개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국가기관에 신고했다”고 공개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앞으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단절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경영으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사랑에 보답하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드리며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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