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공무원 우리말 듣나, 한나라당 말 듣지”

  • 입력 2005년 7월 6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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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여권 수뇌부 모임과 여야 정당대표 간담회 등에서 “공무원들이 우리(여권)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말을 듣는다”고 발언했다고 문화일보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6일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청와대 초청 여야지도부 오찬에서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우리 말을 듣나요, 한나라당 말을 듣지요' 라고 말하면서 '여소야대가 되니까 공무원들이 말을 안들어서 장관들의 부처 장악력이 떨어진다. 예전 국방장관들은 군을 장악하지 못해 개혁프로그램을 내가 챙겨야 했다. 그런데 지금 윤 국방장관을 바꾸면 개혁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는 것.

이 신문은 또 여권의 또 다른 핵심관계자도 이날 “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여권수뇌부 11인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장관들의 태도가 바뀌고 업무에서 공무원들의 자신감과 추진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겠더라'는 입장을 피력했다”며 “임기 초반기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되고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을 야당이 비토한 것이 큰 충격을 낳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인식을 보였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고위 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윤 장관 해임안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통과되면 내각과 관료사회가 엉망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했고, 또 다른 당직자도 “노 대통령은 당초 윤 장관 해임안이 실제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고 연정 얘기도 이런 걱정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열린 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현재 구체적 징후는 없지만 야당의 해임안 남발로 장관이나 공무원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공무원들이 제대로 말을 듣겠는가라는 우려가 실제로 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로 인한 국책사업의 추진력 저하에 대한 해법 찾기 과정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또 억지소리 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구상찬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무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는 것은 스스로 무능과 지도력 부족을 고백한 것”이라며 “웬만해서는 창피해서, 자존심 상해서 도저히 못할 일”이라고 비난했다.

구 부대변인은 “만약 정말로 공무원이 대통령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면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요직마다 대통령 동문, 향우, 선거참모만 챙겨온 낙하산 인사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여야 지도부 오찬회동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이후 정국 주도권이 한나라당에 가 있어 국정운영의 중심이 흔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키면 군이야 더 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방장관 해임안이 제출된데 대한 고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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