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방 해임안 부결]열린우리-민노 ‘通’했다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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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막은 與-민노 의원들30일 오후 10시 30분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방위사업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는 가운데 발언대 앞으로 몰려든 한나라당 의원과 이를 막아 선 열린우리당 및 민노당 의원들 사이에 가벼운 설전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안철민 기자
단상 막은 與-민노 의원들
30일 오후 10시 30분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방위사업청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는 가운데 발언대 앞으로 몰려든 한나라당 의원과 이를 막아 선 열린우리당 및 민노당 의원들 사이에 가벼운 설전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안철민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장의 주인공은 민주노동당이었다. 10석을 가진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서 그 위력을 마음껏 발휘한 하루였다.

여권이 추진하던 방위사업청 신설안은 민노당의 적극 가담으로 한나라당이 투표에 불참한 가운데 가볍게 통과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며 우려했던 한나라당 주도의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민노당의 막판 반대 당론 채택으로 부결됐다. 17대 총선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온 민노당이 국회의 주도권을 이처럼 쥐고 흔든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4·30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으로 기울던 국회 주도권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중도-진보 연대’ 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여당은 주요 사안을 놓고 민노당 천영세(千永世) 의원단 대표 등과 긴밀히 상의하며 예우를 갖췄다. 이날 낮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서 민노당 노회찬(魯會燦) 의원과 우연히 마주치자 “감사합니다”라며 알 듯 모를 듯한 인사말을 건넸고, 노 의원은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17대 국회 개원 초 반짝한 뒤 그동안 별 목소리를 내지 못한 민노당이 해임건의안 정국을 계기로 캐스팅 보터 역할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조대현(曺大鉉)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인준투표에서도 양당이 다시 힘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실용노선’으로 기우는 듯했던 열린우리당 내 분위기도 다시 명분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안팎에는 민노당이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해임건의안 반대로 선회했다는 ‘빅딜설’이 흘러나왔다. 한나라당은 방위사업청 신설은 물론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미루는 조건으로 빅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필요성과 우호적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반면 재·보선 이후 정국주도권을 잡은 듯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민노당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념적 스펙트럼상 민노당을 유인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저지 무산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한 한나라당이 오히려 내홍(內訌)에 휩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임인배(林仁培) 의원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본회의장 밖으로 나와 원내부대표인 이재웅(李在雄) 의원을 향해 “원내대표단이 쇼한 것 아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민노당의 여당 견인이 언제,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시적 공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내에는 보수적 인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말로 제출할 것이 확실한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 등은 양당 공조에 치명타를 가할 암초로 꼽힌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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