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회담]풀지못한 넥타이처럼 풀지못한 韓日인식차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코멘트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연합]
고이즈미 총리와 노무현 대통령[연합]
20일 한일 정상회담은 1965년 6월 22일 양국이 한일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을 이틀 앞두고 열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역대 한일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냉랭한’ 회담으로 기록될 듯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해 12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정상회담 이후 6개월 만에 만났지만 노타이 차림으로 산책하면서 담소를 나누던 당시의 다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례적인 외교적 웃음조차 아낀 채 회담 초반부터 뼈있는 말이 오갔다. 노 대통령은 먼저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한다”며 냉랭한 양국 관계를 빗댔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고 받아넘겼다. 노 대통령은 회담 후 “역사문제와 관련해 두 가지 아주 낮은 수준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오늘 대화에서 조율됐다기보다는 사전 외교채널을 통해 조율된 합의다”라고 말해 정상회담에서는 별 성과가 없었음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특히 2시간의 회담 중 1시간 50분 동안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등 역사문제를 다뤘지만 합의는 없었다고 밝혀 시종 의견이 맞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토대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역사에서 할 일을 다 못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 발언을 한 것은 준엄한 훈계처럼 들렸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한 뒤 “(일본 문화의) 많은 것이 한반도에서 들어왔다”며 애써 친근감을 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선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있지, 다툼 없는 이웃이 되라’는 손호연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양국 관계 회복을 강조했다. 손 씨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시인이다.

그러나 정작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나 역사교과서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신 하네다∼김포 항공편 증편, 청소년 스포츠 교류 등 ‘자잘한’ 합의사항만 들먹였다.

한편 이날 친일잔재청산 대학생운동본부 소속 대학생 8명이 서울 종로구 운니동 일본문화원에 진입해 시위를 벌이는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광복회, 한국독립유공자협회 등도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공원에서 ‘고이즈미 반성 행동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고 서울 흥사단, 통일연대와 전국민중연대 등도 성명을 발표하거나 규탄 집회를 가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