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한외교사절 청와대 리셉션서 이색요청

  • 입력 2005년 5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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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렸던 주한 외교사절단 초청 리셉션에서는 각국의 다양한 관습 때문에 의전과 경호 문제에 있어 몇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남아시아의 한 왕국에서 온 대사는 행사 참석 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개별 인사를 할 때에 전통 민속의상 차림에 반드시 칼을 차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문의해 경호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청와대 측은 대통령 경호 문제로 칼을 소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으나 이 대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상 외교사절이 칼을 차고 주재국의 국가원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본국에 보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는 것.

결국 청와대 측은 칼은 빼놓고 칼집만 갖고 오는 타협책을 내놨고, 이 대사는 노 대통령과 악수할 때에 칼자루 부분이 아닌 칼집의 끝 부분이 나오도록 기념 사진을 찍었다.

또 남미의 한 국가 대사는 “부부 동반 초청 모임인 이번 리셉션에 사실혼 관계인 애인을 데리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외교사절단의 공식 명단에 올라있지 않으면 참석을 허락할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노 대통령은 인사말 말미에 “한국이 인종적 다양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낀 점이 있다”며 “내 임기 중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문제 제기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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