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연욱]北核문제에 여당은 없다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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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한나라당 지도부 회의의 화두는 온통 북한 핵 문제였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북한의 핵 실험 징후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두렵다”고 말했고,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정책협의를 제안했다.

비슷한 시간, 열린우리당 회의의 모습은 이와는 대조적이었다. 문희상(文喜相) 당 의장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활달한 5월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한반도에서 사전 경고 없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공개 경고하고,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중국까지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등 북핵 문제가 전 세계적 이슈가 돼 있건만 이날 회의 브리핑에서도 이 문제가 화제로 오르지 않았다.

물론 한나라당의 반응이 정도(正道)라는 법은 없다.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여야의 시각차도 있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정부의 ‘조용한 대응’ 기조와 호흡을 맞추려고 하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북핵 문제를 이처럼 외면만 하는 것이 능사인지는 짚어볼 대목이 있다.

‘북핵 무관심’은 이번만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북한 외무성이 2월 10일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이후 열린우리당은 변변한 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당내 몇몇 전문가와 중진들은 사석에서는 북핵 문제가 절박한 위기 상황이라고 수군대지만 자칫 ‘친미 보수’로 몰릴 것을 우려해서인지 공론화에는 소극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의 ‘여야 정책협의’ 제안에 대해 뒤늦게 북핵 관련 국회 3개 상임위 공동 개최를 역(逆)제안했다.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뒷북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당내 분위기가 경직돼 있는 게 열린우리당의 현실이다.

현재로선 누구도 북핵 문제의 항로(航路)를 점칠 수 없다. 국민이 북핵 관련 보도를 지켜보면서 답답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추스르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가 아닐까.

정연욱 정치부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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